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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작으로 고통받는 질환… 약물치료-생활습관 중요[홍은심 기자의 긴가민가 질환시그널]

입력 | 2022-02-23 03:00:00

뇌전증
뇌 신경세포의 흥분상태로 발생
유전-뇌손상-뇌종양 등이 원인
술-감기약 먹으면 발작 악화돼




홍은심 기자

뇌전증은 한때 간질로 불려 정신질환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전문가들은 치료가 가능한 신경계질환임을 강조한다. 국내에는 한 해 30만∼40만 명의 뇌전증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고령화 영향으로 노년층 환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가 일시적으로 지나친 흥분상태를 나타내면서 뇌기능이 마비되는 병으로 주요 증상은 발작이다. 발작을 일으키는 원인은 무수히 많으며 연령별로 그 원인도 다르다고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뇌전증의 원인으로는 유전, 분만 중 뇌손상, 뇌염·수막염 후유증, 뇌 형성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경우, 뇌종양, 뇌졸중, 뇌혈관 기형 등이다.

발작은 크게 부분 발작과 전신 발작으로 구분하며 몸의 다양한 부위에서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부분 발작은 의식 유무에 따라 단순부분발작과 복합부분발작으로 나뉜다. 단순부분발작은 의식이 있지만 한쪽 얼굴, 팔다리 등이 자기 뜻처럼 통제되지 않는 운동 감각 증상을 동반한다. 반면 복합부분발작은 의식 장애를 보이며 멍하게 있거나 입맛을 다시는 등의 행동을 반복한다.

전신 발작은 갑자기 행동을 멈추거나 멍하게 앞을 바라보는 소발작, 빠르고 순간적인 근육의 수축으로 깜짝 놀라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근육간대경련발작, 순간적인 의식소실과 함께 전신의 근육에서 힘이 빠지는 무긴장 발작 등을 포함한다.

뇌전증 발작은 전신이 뻣뻣해지고 떨거나 침을 흘리기도 하고 갑자기 대답을 잘 못 하거나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하고 아주 짧게 움찔하는 행동 등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별다른 유발요인 없이 뇌전증 발작이 2번 이상 반복되면 뇌전증으로 진단하고 적극적인 약물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또 원인을 찾기 위해서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문혜진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과 교수는 “확실한 발작이 있던 경우가 아니면 환자가 스스로 자각하지 못할 수 있다”며 “주변 사람들에 의해 반복되는 이상 행동, 의식 변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는 운동 증상 등이 관찰되면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다행히 뇌전증 발작은 항경련제 복용을 통해 억제할 수 있다. 뇌전증 치료의 기본은 약물치료다. 현재 20가지 이상의 항뇌전증약제가 사용되고 있는데 2∼3세대 약제는 복용 방식이 편하고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문 교수는 “뇌전증을 단기간의 약물치료나 한 번의 수술로 완전히 치료하기는 쉽지 않지만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 방법을 선택한다면 상당수의 환자가 발작 없는 상태를 유지하면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치료와 더불어 철저한 생활관리도 필요하다. 특히 뇌전증 환자는 술을 멀리 해야 한다. 알코올은 항경련제와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그 자체로 발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뇌전증 환자가 감기에 걸렸다면 일반 종합감기약을 바로 복용하지 말고 담당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좋다. 감기약 성분에도 항경련제와 약물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성분이 있으며 항히스타민제를 많이 먹으면 발작이 악화될 수 있어서다.

뇌전증 환자 가족은 발작 시 대처법을 알아둬야 한다. 일단 발작이 발생했을 때 곧장 응급실에 가야 하는 건 아니다. 발작 증상은 몇 분 이내 자연적으로 회복된다.

우선 뇌전증 환자가 발작을 보이면 당황하지 말고 환자를 안전한 곳에 눕힌 후 몸을 조이는 벨트나 넥타이 등을 느슨하게 한다. 특히 숨을 잘 쉴 수 있도록 기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때 입에 이물질이 있다면 반드시 단단한 기구를 사용해 빼내야 한다. 손가락을 이용하면 다칠 수 있다. 상비약은 흡인성 폐렴이나 기도폐색을 일으킬 수 있어 입으로 투여해선 절대 안 된다.

만일 하루에도 수차례 이상 발작이 반복되거나 의식 회복 없이 30분 이상 발작이 지속되면 매우 위급한 상황으로 즉시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