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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 신변보호 여성 살해 이틀 전 영장 반려…감시 등 초기대응 강화절실

입력 | 2022-02-15 14:21:00

15일 서울 구로구 소재 야산에서 신변 보호를 받던 전 연인을 살해한 용의자가 숨진 채 발견, 경찰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2022.2.15/뉴스1


지난 14일 서울 구로구에서 범죄피해자로 경찰의 안전조치(신변보호)를 받던 40대 여성을 살해한 50대에게 경찰이 범행 이틀 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이후 검찰은 “일부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반려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양천경찰서는 범행 사흘 전인 지난 11일 A씨의 폭행 및 특수협박 혐의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경찰은 즉시 피해자를 안전조치 대상으로 등록하고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다. 같은날 오후 5시쯤엔 피해자가 운영하는 호프집에 나타난 A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경찰은 스토킹, 강간 등 여죄를 조사해 12일 오전 4시38분쯤 A씨를 유치장에 입감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같은 날 오후 1시쯤 검찰이 이를 반려했다. 일부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해 보완수사를 요구한다는 취지였다. 경찰은 구속영장 재신청을 위해 A씨보강수사를 이어갔다.

그러나 검찰의 영장 반려 이틀 만인 14일 A씨는 전 연인 B씨(46)를 흉기로 살해했다. B씨는 사건 발생 당시 밤10시12분쯤 스마트워치를 눌러 직접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3분 후인 10시15분 현장에 도착했지만 A씨가 현장을 벗어난 뒤였다.

경찰은 구속영장이 반려되자 피해자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스토킹처벌법상 긴급응급조치(1~2호)를 결정했다. 긴급응급조치 1호는 스토킹 피해자 및 주거지로부터 100m 이내 접근금지, 2호는 전화 등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조치를 말한다. 그러나 접근금지 조치도 이 같은 범행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스토킹 피해 후 강력 사건을 막고 재발 방지를 위해 사건 초기 대응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지고 영장청구가 제대로 되고 청구한 영장에 대해서 발부돼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방식이면 가해남성의 접근을 막을 방법이 없어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신변보호 제도를 접근 방식부터 피해자 중심에서 가해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면서 “스마트워치를 전자발찌처럼 가해자에게 채워 접근 자체를 못하게 하고, 단순히 접근금지 명령을 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가해자를 감시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경찰 추적을 피해 도주한 A씨는 15일 오전 10시52분쯤 구로구에 있는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극단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구로경찰서는 이날 오후 현장 감식을 진행했다. 정확한 사인과 사망 시각은 국립과학수사원 부검 결과를 통해 규명할 예정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