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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강제징용 ‘사도광산’ 세계유산 추천 보류로 가닥

입력 | 2022-01-20 11:44:00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역 현장인 ‘사도 광산’을 올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는 구상을 보류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20일 보도했다. 대신 2024년 이후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국의 반발 등으로 2023년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사도 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심사에서 탈락시킨 후보를 그 후 등록시킨 사례가 없기 때문에 이번에 신청하는 것을 보류한다는 것이다. 일본 문화청 산하 문화심의회는 지난해 말 사도 광산을 일본 후보로 결정했고, 일본 정부는 2월 1일까지 유네스코에 신청해야 한다. 그 경우 세계유산위원회 심사를 거쳐 2023년 6월 경 최종 결과가 나온다.

요미우리는 “유네스코는 세계기록유산에서 관계국이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고 (이의가 있을 때) 결론이 날 때까지 등록하지 않게끔 하는 제도를 작년에 도입했다”며 “난징대학살 문서 등록에 반발한 일본 정부가 새로운 제도 도입을 주도한 경위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에는 일본이 뒤바뀐 입장이 됐다. 한국의 반발이 있는 가운데 (사도 광산을) 추천하면 국제사회의 신용을 잃을 수 있다”며 외무성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일본이 주도한 유네스코의 새 제도로 일본이 발목을 잡혔다는 것이다.

일본 민영 방송인 JNN도 “일본 정부가 사도 광산의 추천을 보류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 중”이라고 20일 전했다. JNN은 일본 정부가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준비 작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으며 장래 등재 실현을 위해 전략을 다시 짜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18일 사도 광산 대응 방침을 묻는 질문에 “정부로서는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실현하는데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지의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등록 신청을 해도 심사에서 탈락할 수 있다면 신청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만 일본은 5월 니가타현 지사 선거,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사도 광산 신청을 보류하면 현지 민심이 악화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집권 자민당 내 강경파들은 ‘세계문화유산 신청’을 강하게 외치고 있다. 극우 성향의 여성 정치인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명예가 달린 문제다. 정부는 등록을 향해 진심으로 힘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민당 보수·우익 성향 의원 등으로 구성된 ‘보수단결의 모임’도 18일 일본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으로 추천하라”고 일본 정부에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도 이날 회의에 참석해 “사실에 토대를 두고 (한국 측에) 반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니가타현 사도시에 있는 사도 광산은 에도 시대(1603~1867년)에 금광으로 유명했으나 태평양전쟁이 본격화한 후에는 구리, 철, 아연 등 전쟁 물자를 캐는 광산으로 주로 활용됐다. 일본은 노동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사도 광산에 조선인을 최소 1141명 동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