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한명숙, 추징금 7억 미납에 ‘복권’ 자격 논란… 靑 “특사 전례 있어”

입력 | 2021-12-25 03:00:00

법무부, 추징금 미납땐 원칙적 제외… 靑 “박근혜도 벌금 완납 안해”
韓 불법정치자금 유죄 확정때, 文대통령 “참담” 법원 강력비판
野 “눈물겨운 한명숙 대모 구하기”… 선거사범 315명도 대거 사면
與 최민희 우제창 2명 넣고, 野 최명길 박찬우 이재균 포함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사면이 발표된 24일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서울 강서구 이화여대 의대 부속 서울병원을 방문해 코로나19 병상 확보 현황을 점검하고 의료진을 격려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단행한 특별사면 명단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뿐 아니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수감됐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도 포함됐다. 2017년 대선 후보 당시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 ‘5대 중대 부패범죄’ 사범 등에게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던 문 대통령이 이날 한 전 총리를 복권한 것을 두고 대선 공약 파기 및 원칙 훼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임기 내내 이어졌던 눈물겨운 ‘한명숙 대모(大母) 구하기’에 종지부를 찍는 안하무인의 결정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文, 한 전 총리 유죄 당시 “진실 지켜내지 못해 참담”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대모로 불리는 한 전 총리가 더불어민주당에서 갖는 상징성은 크다. 한 전 총리는 남편인 박성준 전 성공회대 교수가 결혼 6개월 만에 통혁당 사건에 연루돼 구속되면서 13년간 옥바라지를 했다. 이후 여성운동 등 사회운동가로 활발히 활동하며 김대중 정부 여성부 장관, 노무현 정부 환경부 장관 및 총리를 거쳐 민주당 당 대표를 지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건설업자 한만호 씨로부터 9억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015년 8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정말 참담한 심정이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 실망이 아주 크다. 일련의 사건 판결들을 보면 ‘검찰의 정치화’에 이어 ‘법원까지 정치화’됐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당시 문 대통령은 “한 전 총리의 추징금 9억 원가량에 대해 십시일반으로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하기도 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한 전 총리 사건의 재심 청구를 검토했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에서 함께 활동했던 한 전 총리에 대해 적잖은 부채의식이 있다”고 전했다. 한 전 총리는 2015년 8월 24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뒤 2017년 8월 23일 만기 출소했다.

한 전 총리 복권이 ‘5대 범죄 사면권 제한’ 원칙을 파기했다는 비판에 대해 박수현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이날 TBS 라디오에서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을 많이 하면서 사면권을 제한적으로 사용해왔다”며 “찬반이 있을 수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고통받는 국민들에게 힘을 드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야당은 한 전 총리의 복권을 맹비난했다. 국민의힘 이양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한명숙 구하기’ 집착의 잘못된 결말이자 법과 국민 알기를 우습게 아는 문재인 정권의 뻔뻔한 민낯을 드러낸 것”이라며 “내 편이면 법치와 국민 정서는 아랑곳없이 대통령이 말 한마디로 있는 죄도 사라지게 할 수 있는 부(不)정의한 선례를 남겼다”고 비판했다.

○ 최명길, 최민희 전 의원 등 여야 정치인 골고루 포함

한 전 총리는 복권이 됐지만 추징금은 납부해야 한다. 한 전 총리의 12월 현재 미납 추징금은 7억828만5202원에 달한다. 검찰은 한 전 총리의 자서전 ‘한명숙의 진실’ 인세를 올 8월 251만8640원, 이달 7만7400원을 추가로 추징하는 등 계속해서 추징 절차를 밟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추징금을 미납한 한 전 총리의 복권에 대해 “추징금을 내지 않고도 사면된 예가 있다고 들었다”며 “박 전 대통령도 (벌금을) 다 완납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보도자료에 추징금 미납자는 선거사범 사면 복권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지만 한 전 총리와 같은 부패사범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법무부 내부 규정은 추징금 미납자를 원칙적으로 사면 복권 대상자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면권 자체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어서 법무부의 내부 규정을 반드시 지키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날 법무부는 또 제주해군기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집회 등 사회적 갈등 사건 관련자 65명, 이영주 전 민노총 사무총장과 송경동 시민운동가 등 노동계 인사 및 시민운동가 2명, 낙태사범 1명, 일반형사범 등 총 3094명의 특별사면을 단행하기로 했다. 또 운전면허 취소, 정지, 벌점 등 운전면허 행정제재를 받은 98만780명과 건설업면허 관련 정지 처분 및 입찰제한을 받은 1927명, 생계형 어업인의 어업면허 취소·정지 등 행정제재 대상자 98만3051명에 대한 특별감면 조치도 함께 시행하기로 했다.

특별사면 대상자 3094명 중에는 선거사범 315명도 포함됐다. 특히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 당선자 중 최명길 박찬우 전 의원과 낙선자인 최민희 전 의원, 그리고 19대 총선 당선자인 이재균 전 의원과 낙선자인 우제창 전 의원 등도 포함됐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