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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공감할 소재에 강렬함-몰입감… K드라마, 세계인 드라마로

입력 | 2021-11-22 03:00:00

‘지옥’ 공개 하루 만에 세계 1위




“‘오징어게임’이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려준 영향이 컸다. 삶과 죽음, 죄와 벌, 어떻게 살아야 하나 등 ‘지옥’이 다루는 주제가 보편적이다 보니 인기가 있는 것 아닌가 한다.”

19일 공개 이후 하루 만에 세계 1위에 등극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의 연상호 감독은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옥’의 글로벌 흥행 요인을 이같이 분석했다. ‘오징어게임’에 연이어 ‘지옥’까지, 누구나 관심 가질 요소를 기발하고 세련되게 풀어내는 힘이 한국 드라마를 세계인의 드라마로 만들고 있다.

○ 강렬함과 몰입감 최고
‘지옥’은 부산국제영화제 등을 통해 미리 공개됐을 당시부터 ‘제2의 오징어게임’이 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천사가 나타나 특정인에게 지옥에 갈 거라 고지하고, 실제로 예고된 시간에 ‘지옥의 사자’가 나타나 무자비하게 폭행한 뒤 불태운다는 설정이 참신해 세계인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는 평가였다.

‘지옥’의 흥행에는 강렬한 도입부의 효과가 컸다. 1화에서 타이틀이 나오기 전 5분여간 지옥행 선고를 받은 남자가 도심 도로에서 지옥의 사자들에게 쫓기다 지옥의 고통을 당한 뒤 불에 타는 장면을 보여준다.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든 지옥의 사자들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문제의 남자가 처형당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어서라도 관객들은 드라마를 끝까지 보게 된다. 연 감독은 “6화가 한꺼번에 공개되다 보니 한꺼번에 볼 수 있을 정도의 몰입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초반부는 영화를 만들 듯 만들었다”고 했다. 선인인지 악인인지 판단할 수 없게 하는 배우들의 ‘줄타기 연기’도 호기심 자극에 한몫한다.

작품은 궁금증을 품은 시청자들을 끌어들인 뒤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죄인이라면 만인 앞에서 고통을 받는 것이 정당한지, 대세가 된 신념에 반하는 이들에게 가해지는 폭행은 정당한지 등 철학적 질문을 마구 던진다. 종교적·정치적 아집에 사로잡힌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전 세계 누구나 고심할 만한 문제들이다.

○ 믿고 보는 ‘K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시작된 한국 드라마의 글로벌 열풍은 ‘지옥’의 1위 등극에 따라 장기적 현상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이는 넷플릭스를 통해 소재나 제작비에 구애받지 않는 제작 환경이 마련되면서 창작자들이 잠재력을 마음껏 펼쳐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웹툰, 웹소설 등 그간 축적된 다양한 장르의 지식재산권(IP) 역시 뛰어난 한국 영상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게 만드는 배경이다.

넷플릭스와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한 제작사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특정 작품을 제작하겠다는 의사 결정 자체는 늦지만 한 번 결정하면 ‘네 꿈을 마음껏 펼쳐 봐’라는 식으로 창작의 자유를 보장해준다”며 “한국 창작자들은 처음 접하는 제작 환경에 신이 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 장르물이 빈부격차, 죄와 벌 등 세계인 모두에게 소구할 만한 보편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한국만의 정서적, 환경적 특이점을 가미해 차별화시킨 점도 인기 요인이다.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콘텐츠가 넘쳐나는 환경에서 사람들의 눈길이 먼저 가는 건 문법이 확실한 장르물”이라며 “한국 콘텐츠는 장르물 공식에 충실하면서도 한국적 독특함이 더해져 눈길을 끈다”고 말했다. 그는 “오징어게임 학습효과로 세계인의 신뢰도가 높아진 만큼 한국 콘텐츠의 세계 1위 등극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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