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V4 정상회의서 원전협력 논의… 헝가리-폴란드와 신규건설 MOU도 전기차-사이버 안보 분야 협력키로… 野 “바다만 건너면 입장 달라져 황당” 靑 “원전 산업계와 윈윈 방안 모색”
韓-V4 정상회의 공동 언론발표뒤 악수 헝가리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부다페스트의 바르케르트 바자르 기자회견장에서 헝가리, 슬로바키아, 체코, 폴란드 등 4개국 협의체인 한-비세그라드 그룹(V4) 정상회의 공동 언론 발표를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문 대통령,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 에두아르트 헤게르 슬로바키아 총리. 부다페스트=뉴시스
헝가리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유럽 순방 마지막 일정으로 헝가리, 슬로바키아, 체코, 폴란드 등 4개 국가의 협의체인 비세그라드 그룹(V4)과 정상회의를 갖고 전기차 및 배터리 분야, 원자력발전소 협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양측은 정상회의 후 가진 ‘한-V4 공동성명’에서 “양측은 원전, 공항 등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탈(脫)원전 정책을 펼치는 정부가 외국에서는 원전 시장 진출 확대를 추진하자 국민의힘은 “바다 건너 해외 무대만 가면 입장이 달라진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부다페스트 바르케르트 바자르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V4 정상회의에 이어 체코, 폴란드, 슬로바키아와 진행한 양자회담에서도 “양국 간 실질 협력을 향후 원전, 방산 등 전방위로 다변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특히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는 “한국의 전문성과 체코의 제조 기술이 결합한다면 호혜적 성과를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바비시 총리는 “대한민국은 훌륭한 (원전) 기술이 있는 만큼 체코 원전 입찰 과정에 대한민국이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전날 문 대통령은 ‘한-V4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한 뒤 헝가리, 폴란드와의 신규 원전 건설 협력과 관련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체코 신규 원전 수주전에 참여할 계획이고 폴란드는 2043년까지 약 40조 원 규모의 원전 6기를 건설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처럼 문 대통령이 V4와 원전 협력 분야에서 합의한 것을 두고 국내에서 추진하는 탈원전 정책과 모순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양준우 대변인은 “국내에선 원전 사업을 사장시키며 우수 인재는 전부 해외로 유출시켜 놓고 헝가리에선 원전의 필요성에 공감했다니 황당할 따름”이라며 “바다만 건너면 180도 달라지는 이 모순들이야말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이 국내 정치만을 위해 추진된 불필요한 비용이었다는 방증이다. 고작 정권의 정치적 이익 때문에 희생된 세계 최고의 원전 경쟁력은 어떻게 보상할 것이냐”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V4와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유망 산업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사이버 안보, 국방·방산 등에 대한 협력에도 합의했다. V4 지역은 한국 기업 650여 곳이 진출한 유럽연합(EU) 내 핵심 투자처다. V4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지지 입장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V4 일정을 마지막으로 7박 9일의 유럽 순방을 마무리하고 귀국길에 올라 5일 서울에 도착한다.
부다페스트=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