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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찾아온 우울증… 근육운동 습관 덕에 떨쳐내”[양종구의 100세 건강]

입력 | 2021-11-04 03:00:00

조재범 씨가 피트니스101 광화문점에서 웨이트트레이닝 암컬을 하고 있다. 그는 최근 갑자기 찾아온 우울증을 26년째 즐기고 있는 근육운동 덕에 떨쳐낼 수 있었다고 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양종구 논설위원


2년 전 사람관계에서 오는 상실감으로 고민이 많았다. 믿고 의지하던 사람까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누굴 믿고 살아야 하나…. 우울한 나날이 이어졌다. 그래도 1996년 초부터 시작한 웨이트트레이닝이 있어 버틸 수 있었다. 국제회의 통역사 조재범 한국외대 EICC학과 외래교수(49)는 공부 스트레스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기 위해 시작한 근육운동 덕분에 갑자기 찾아온 우울증을 떨치고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살고 있다.

“2019년부터 크고 작은 안 좋은 일이 이어졌다. 일도 잘 안 풀리는 데다 늘 의지하던 분까지 떠나니 모든 게 공허했다. 그런데 습관이라는 게 무서웠다. 우울할 때마다 피트니스센터로 달려갔다. 자칫 깨질 수 있었던 삶이 일정한 패턴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 근육운동이 있었다. 웨이트트레이닝으로 한껏 땀을 흘리다 보면 우울한 세상을 잊을 수 있었다. 우울증을 완전히 떨쳐내는 데 2년이란 시간이 걸렸지만 근육운동이 없었다면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조 교수는 동시통역을 공부하던 때 스트레스가 많았다. 순수 국내파로 해외에서 공부한 학생들과 경쟁하다 보니 늘 모든 게 부족하게 느껴졌다. ‘저 친구는 왜 저렇게 잘하지?’ ‘왜 난 이렇게 못하는 거야?’ 스트레스 없는 공부가 없겠지만 그가 느끼기에 동시통역은 유독 심했다. 통역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면 어떨까 하는 우려감에 경쟁자들에게서 느끼는 열등감까지….

운동을 하니 달라졌다. 처음엔 그저 헬스클럽에 도장 찍으러 주 2, 3회 나갔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는 횟수가 늘었다. 땀을 쫙 빼고 나면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다. 부정기적으로 헬스클럽을 찾던 그가 거의 매일 운동을 하기 시작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으로 취업 시장이 얼어붙은 1998년부터. 조 교수는 “한 3년 운동하니 재미도 좀 붙었는데 취업 길이 막히다 보니 그 스트레스를 풀려고 운동에 더 집착했던 것 같다”고 했다. 다음 해 LG전자에 입사했고 삼성SDS, SK텔레콤 등 회사를 다니던 그는 2003년부터 다시 본격적인 통역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SK텔레콤 다닐 때 저랑 통역대학원 다니던 분이 통역을 왔다. 그때 ‘아, 나도 저 일 하려고 공부했는데…’라는 생각이 밀려와 다시 동시통역대학원에 들어갔다. 스페인어에서 영어로 바꿨다”고 했다.

통역번역학 박사학위까지 받은 그는 운동을 계속하긴 했지만 ‘저 친구 헬스 좀 했네’라는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제대로 몸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2010년 무렵이다. 조 교수는 “운동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속칭 ‘각(근육)’이 제대로 안 나왔다. 내 불찰도 있었지만 좀 억울했다. 그래서 체계적으로 운동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상체, 하체, 코어 3분할로 나눠 몸을 만들었다. 근육운동도 피로 해소를 위해 부위별로 나눠서 해야 효과적이다. 매일 오전 6시 30분 헬스클럽으로 달려갔다. 헬스클럽은 서울 광화문과 명동 등 2군데에 등록했다. 한국외대와 경희대 학부 통번역학 강의를 나가기 때문에 시내에 있는 시간이 많을 땐 명동에서, 집(독립문)에 있을 땐 광화문에서 운동을 한다. 매일 2시간 운동하는데 끝날 때쯤엔 꼭 유산소운동을 한다. 근육운동을 한 뒤 트레드밀을 달리거나 고정식자전거를 타는 유산소운동을 하면 에너지 소비량이 더 높다.

조 교수는 지난해 10월 아마추어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해 40대 이상부 1위를 했다. 그는 “코로나19 탓에 혼자 출전해 1위를 하다 보니 좀 멋쩍었다. 그래서 20일 서울보디빌딩협회에서 주최하는 ‘미스터 서울’ 마스터스부문에 출전한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려면 더 훈련에 집중해야 한다. 목표가 있어야 운동 효율도 좋다. 대회 출전을 앞두고는 아침저녁 3시간 이상 몸을 만들고 있다.

조 교수는 26년째 근육운동을 하며 긍정의 선순환을 체감하고 있다. 그는 “근육운동은 스트레스로 날려줬고 공부 집중력도 높여줬다. 삶도 활기차졌다”고 했다. 다음 날 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음주량도 자연스럽게 줄었다. 그는 “운동을 하다 보면 가사에 등한시할 수 있지만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집에 가면 아내와 아이들도 반겨준다. 또 미안한 마음에 더 가정에 봉사한다. 이런 게 선순환 아니겠나”라며 활짝 웃었다.



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