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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전-희생정신 계승해 세계경영 이끌 청년사업가 키우겠다”

입력 | 2021-09-30 03:00:00

장병주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장



장병주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장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는 김우중 회장의 저서를 들고 대우정신을 말하고 있다. 장 회장은 김우중 사관학교의 설립 목적이 대우정신을 바탕으로 청년들이 세계를 향해 도전하고 성취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옛 대우그룹 창업자 김우중 씨의 이름을 딴 ‘김우중 사관학교’가 청년 교육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김우중 사관학교’의 정식 명칭은 글로벌 청년사업가 양성과정(Global Young Business Manager·GYBM)이다. GYBM은 전직 대우그룹 출신들이 결성한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2011년부터 시작한 청년 해외취업 프로그램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미얀마 등 4곳에서 학교를 운영 중이다. 7월 11기를 모집했으며 지금까지 배출된 1250명의 졸업생들이 현지에서 활약하고 있다. ‘김우중 사관학교’로 불리는 것은 스파르타식 교육과정, 졸업생들의 책임의식과 끈끈한 유대감이 고 김우중 회장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언론이 붙인 것이다. 3일 대우세계경영연구회에서 장병주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장을 만나 ‘김우중 사관학교’에 담긴 의미를 들었다. 올해 76세인 장 회장은 서울대를 졸업한 뒤 34세인 1979년 대우그룹에 부장으로 입사해 (주)대우 사장을 지내는 등 20년간 대우그룹에서 일했다. 1999년 대우그룹이 소멸한 뒤로는 20년 동안 창업주인 고 김우중 회장 옆을 지켰던 ‘골수 대우맨’ 이다.》


● ‘김우중 사관학교’는 글로벌 청년 사업가 양성이 목표다. 왜 글로벌인가.


“국부를 쌓으려면 좁은 한국보다는 세계로 진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앞장서야 한다. 청년들 가운데 20% 정도가 해외로 나가 사업가로 성장한다면 본인의 미래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도 달라진다. 대우그룹은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돈을 벌어 이를 실증했다. ‘김우중 사관학교’의 일차적인 목표는 청년들의 해외취업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네트워크를 형성해 국부를 쌓고 한국이 뻗어나가는 데 역할을 하는 청년 기업가 양성이다.”

● 김우중 정신이란….

“창조, 도전, 희생이다. 창조는 새로운 발상과 방법이 있으면 세상에 못할 게 없다는 의미다. 대우그룹은 한국 최초로 많은 것들을 했다. 1970년대 건설 붐이 일었을 때 다른 회사들은 중동에 갔지만 대우는 아프리카에 갔다. 채용박람회도 대우가 처음 한 것이다. 도전은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기꺼이 하는 것이다. 대우그룹은 생명과 재산 등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미수교국인 나이지리아, 리비아, 베트남, 수단에 진출해 국부를 쌓았다. 대우가 먼저 나갔고 수교로 이어졌다. 희생에는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를 위해 희생하자는 것으로 개인적인 것도 포함한다. ‘뿌린 씨 열매 거둘 내일에 살자’라는 대우 가족의 노래에 희생의 정신이 들어가 있다.”

● ‘김우중 사관학교’ 교육의 강점은 무엇인가.

“기본과 실용이 융합돼 있는 것이다. 한국에는 교육다운 교육이 없는데 우리는 인성을 중시하고 사회가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는 ‘제대로 된 교육’을 하고 있다. 자신감과 꿈을 갖는 청년을 키워내고 있다. 청년의 특징은 반항적인데 이것을 묵히면 사회가 무너진다. 발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청년들이 취업이 어렵고 원하는 사회가 아니어서 실망감이 크다는 것을 안다. 교육이 실망을 긍정으로 바꾸는 데 기여해야 한다. 우리 교육을 받은 청년들은 긍정을 바탕으로 도전하고 있다. 주인의식, 책임감, 일을 겁내지 않는 자신감과 실력을 갖고 세상에 나간다.”

● 구체적인 교육과정은….

“현지화 교육이 원칙이다. 11개월 교육과정 중 한국에서는 2개월의 기초교육만 이뤄진다. 모든 과정에 대우 출신들과 현지 전문 인력이 멘토와 강사로 참여한다. 현지어 교육과 현지 기업 탐방, 협력 등을 강조한다. 현지 사정을 파악하기 위한 숙제와 봉사활동, 현지 대학생들과의 매칭 등 현지화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1년도 안되는 교육기간이지만 교육시간은 2000시간으로 대학 4년 교육시간과 비슷하다. 모든 교육이 합숙교육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밀도가 있다. 졸업생들의 끈끈함이 나오는 비결이기도 하다. 학교 운영주체인 대우세계경영연구회는 교육 인프라의 양적, 질적 향상을 위해 전문성을 갖춘 강사, 멘토, 현지 취업처 발굴 등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 졸업생들은 주로 어디서 일하고 있는가.

“현지 기업에서 활발히 일하고 있다. 일부는 취업 회사를 바꾸기도 하고 국내로 복귀한 경우도 있다. ‘김우중 사관학교’ 출신들은 현지 입사 1∼2년차에도 90% 이상이 현지에서 근무하고 있다. 반면 한국 대기업들이 현지에 파견한 사원들은 2∼3년 지나면 30% 이상 이탈하고 있다. 현지화 교육의 우수성과 졸업생들의 의지가 높은 유지 취업률로 이어지고 있다.”

● 올해 입학생은 전년에 비해 크게 모자란 41명에 그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때문인가.

“작년부터 코로나 19 영향과 주요 취업처인 동남아의 상황이 악화되다 보니 지원자도 예년에 비해 줄었다. 또 청년세대들의 부모인 586세대들이 자녀들의 도전을 북돋아주기보다는 안전한 길을 강조한다는 것도 지원자들의 모집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586세대는 민주화를 이루는 데 기여했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성공을 과신해 유연성이 부족한 게 원인인 것 같다. 지금 청년들은 민주화 이후 태어난 세대들로 고정관념에 얽매이는 걸 싫어하는데 부모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자녀들에게 강요한다. 틀린 생각이다.”

● ‘김우중 사관학교’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미얀마 등 동남아에만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졸업생들이 취업할 수 있는 여건과 발전 가능성이 학교 설립의 기준이었다. 동남아 4개국은 인구수와 비율, 교육열, 지도자의 개발의지, 자원량 등이 기준에 부합했다. 또 네트워크를 형성하려면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어야 하는데 베트남 8000여 개, 인도네시아에는 2500여 개 등 풍부한 일자리가 있고 꾸준히 늘고 있었다. 한국과 대우의 좋은 이미지도 고려됐다. 폴란드에도 세우고 싶었는데 한국 기업이 없어서 포기했다.”

● 왜 대우세계경영연구회는 모든 비용을 부담하면서 ‘김우중 사관학교’를 운영하는가?

“대우맨들은 그룹이 해체되고 난 뒤 이루지 못한 세계 경영, 잊혀지는 대우정신, 대우 브랜드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대우인회라는 상조회를 중심으로 2009년 대우의 세계 경영을 알리기 위해 대우세계경영연구회를 조직했다. 2010년 시작한 GYBM이 대표 사업이고 중소기업 컨설팅, 최고 경영자 과정 운영, 케이스 스터디, 책 발간도 하고 있다. 연구회에서 GYBM 입학생들에게 교육비와 체제비까지 지원하는 것은 이들 가운데 제2, 제3의 김우중이 나와 국부를 쌓고 수십 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이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