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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황형준]조국-박범계 장관이 만든 법무부의 ‘알권완박’

입력 | 2021-09-02 03:00:00

황형준 사회부 차장


최근 만난 법조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진행되고 있다면 언론을 향해선 알권완박(알권리 완전 박탈)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끓는 물 속의 개구리처럼 점진적으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지만 서서히 진행되는 탓에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깨닫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법무부의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은 물론 여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을 지칭한 것이다.

이 규정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시절부터 추진돼 2019년 12월 1일 처음 시행됐다. 하지만 이 규정은 ‘티타임’으로 불리는 검찰 수사 관계자의 구두 브리핑을 금지하고 전문공보관제 도입, 기자의 검사실 출입 금지 등 언론 활동을 제약하는 방안을 담아 논란이 됐다. 해당 규정은 “인권을 보호하고 무죄추정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함과 동시에 국민의 알권리와 조화를 이루도록 하기 위해”라는 목표와 명분으로 도입됐지만 당시에도 “조 전 장관 사건의 보도를 막기 위한 규정”이란 비판이 나왔다.

실제 이 규정 도입으로 1년 9개월 동안 인권보호가 증진되고 무죄추정의 원칙이 지켜졌는지 의문이다. 서울동부지검은 2019년 해당 규정에 따라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를 거친 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 사건의 공개 여부를 심의했지만 별다른 설명 없이 비공개 입장을 밝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 씨(27)의 군 생활 시절 ‘특혜 휴가’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일부만 공개했을 뿐이다. 친정부 인사를 향한 수사 상황이 ‘깜깜이’여서 국민의 알권리는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더해 지난달 시행된 개정안은 각 검찰청의 인권보호관이 검사와 수사관의 의도적인 수사정보 유출이 의심될 경우 진상조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인권보호관은 진상조사에 이어 검사나 수사관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내사할 수 있게 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의도적 수사정보 유출이 의심되는 경우’ 인권보호관의 내사를 허용하면서 검찰 내부에선 불신이 더해지고 있다. 한 검사는 “다른 검사들을 잠재적 피의자로 취급할 수 있는 인권보호관은 ‘간부회의에도 참석하지 말라’는 반(半)농담조의 핀잔을 받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부가 제도를 바꿀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느냐다. 하지만 피의사실 공표 금지 강화로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이 위축되면 그 결과는 고스란히 국민 피해로 연결될 수 있다. 영화 ‘1987’에 나오듯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에도 기자들은 검찰 간부들과 자유롭게 만나 취재했다. 만약 당시 수사정보 유출에 대해 내사를 허용했다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지도,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지지도 못했을 것이다.

여권이 이달 말 통과시키려는 언론중재법도 마찬가지다. 철저하게 국민 편익 차원에서 바라보고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따져봐야지, ‘한풀이’식으로 법과 제도를 바꾸려 해선 안 된다.




황형준 사회부 차장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