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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왔다 아프간 갇힌 英 대학생… 탈출 비행기서 셀카로 뭇매

입력 | 2021-08-18 21:00:00

유튜브 ‘Kabar KiniKini’ 갈무리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배낭여행 왔다가 갇힌 영국인 대학생이 군용기를 타고 탈출하는 과정에서 철없는 행동을 해 비난을 받고 있다.

대학교 졸업 전 ‘가장 위험한 도시’를 구글에 검색하고 지난 13일(현지시간) 아프간 카불에 배낭 여행 온 마일스 로틀리지(21)는 텔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후 현지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유엔 안전가옥에 피신한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주 아프간 영국 대사관이 나를 두고 떠났다”며 “곤경에 처한 것 같다”고 알렸다. 

이어 “설마 한달 안에 아프간 정부가 무너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라며 “나는 이제 죽음을 각오했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는 신앙심이 깊기 때문에 결국 신이 나를 보호할 것”라고 했다. 당시만 해도 그의 생사를 걱정하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달렸다.

그랬던 마일스가 17일 근황을 전했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프간 탈출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고 소식을 전하며 몇 시간 후 군용기를 타고 탈출하고 있는 모습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나는 이제 두바이에 도착했다. 훌륭한 영국군에 감사를 드린다”라고 소식을 전하며 방탄조끼를 입고있는 자신의 모습과 비행기에 빈틈없이 앉아있는 아프간인들의 모습을 촬영했다.

영상을 접한 해외 네티즌들은 “집으로 가는 비행기는 당신이 아니라 죽음에 직면한 아프간 통역사에게 주어져야 한다”, “당신은 아프간 난민들의 자리를 빼앗은 것”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BBC에 따르면 영국은 필수 목적을 제외한 아프간 여행은 20년 넘게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아프간에 체류 중인 자국민들에게 즉시 대피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죽음을 각오했다”, “이번 여행은 신이 나를 시험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아프간으로 들어간 그의 무책임한 여행은 많은 이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영국 버밍엄 출신 마일스 로틀리지. (페이스북 갈무리) ⓒ 뉴스1

현재 은행에서 인턴을 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지난 2019년에는 원전폭발 사고가 발생했던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을 여행하기도 했다.

그는 체르노빌 여행 당시 현장에서 방독면을 줍고 경비원에게 뇌물을 줘 몰래 가지고 나왔으며 중고거래를 통해 비싼 값에 판매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스카이뉴스 등에 따르면 영국군은 자국민과 아프간인을 포함한 370명을 카불에서 탈출시켰다.

지난 17일 영국 정부는 올해 말까지 아프간 난민 5000명을 수용할 예정이며 향후 5년간 총 2만 명을 수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탈레반의 치하에 가장 고통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여성과 어린이들을 우선적으로 수용한다고 전했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