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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구특교]세계 누비는 ‘실력파 젊은 장관’… 우린 왜 없나

입력 | 2021-07-20 03:00:00

구특교·경제부


“양자회담에서 만난 두 젊은 장관이 매우 스마트했고 빈틈없었다. 업무 파악도 아주 클리어했다(확실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초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회담 상대였던 유럽과 남미의 ‘젊은 장관’ 이야기를 꺼냈다. 홍 부총리가 칭찬한 ‘두 젊은 장관’은 1982년생 마르틴 구스만 아르헨티나 재무장관과 1980년생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이다. 각각 만 39세, 41세. 1960년생 홍 부총리와는 스무 살가량 차이가 난다.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30대 경제수장 구스만 장관은 2019년 말 아르헨티나 금융위기를 해결하려 ‘구원 등판’ 했다. 구스만 장관은 최근 국제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과 부채 상환 기한을 연기하기로 합의하며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넘겨 주목받았다.

영국 내각 서열 2인자 리시 수낙 장관은 ‘미래 총리감’으로 거론된다. 인도계 이민 가정에서 성장한 그는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지난해 2월 장관에 부임했다. ‘큰손(Big spender)’으로 불릴 정도로 확장 재정정책을 펼쳤다가 최근엔 ‘재정난’ 해결을 위해 법인세 인상을 추진하며 관료 사회에서 젊은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한국 정치권에서도 1985년생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필두로 ‘젊은 바람’이 불고 있다. 반면 한국의 관료사회에서는 큰 변화를 감지하기 어렵다. 연공서열을 바탕으로 한 수직적인 관료문화가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부처의 한 공무원은 “영국은 과장부터 직급이나 근무 기한과 관계없이 경쟁을 통해 선발한다. 한국 관료조직도 능력에 부합해 선발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라고 털어놨다.

그의 바람처럼 한국에서도 나이 불문하고 실력 있는 젊은 관료들이 조직을 이끄는 시대가 올 수 있을까. ‘행정고시 36기가 일선에서 빠졌으니 다음은 37기 차례’라는 식의 인사 관행이 바뀌지 않는 한 ‘젊은 장관’의 등장은 상상하기 어렵다. 정부가 민간에 늘 강조하는 ‘혁신’을 통해 관료 조직문화부터 혁신해야 할 때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