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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방심위원장 할 사람이 논란 많은 정연주밖에 없나

입력 | 2021-07-13 00:00:00


청와대가 정연주 전 KBS 사장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5기 위원장 위촉을 강행할 것이라고 한다. 방심위원장은 위원 9명의 호선으로 선출되지만, 사실상 청와대가 내정한 사람이 선출돼 왔다.

정 전 사장은 대표적인 친여(親與) 인사다. 한겨레신문 논설주간 등을 거쳐 노무현 정부 때 KBS 사장으로 임명된 그는 편협한 언론관과 노골적인 친정부 성향 방송으로 숱한 논란을 빚었다. 올 1월 그의 위원장 내정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학계 등에서 부적절한 인사라는 비판이 쏟아진 것도 그 때문이다.

편향성 논란이 있는 인사를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심의하는 기구의 수장에 앉히겠다는 것은 누가 봐도 방송 길들이기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여권 몫 추천위원 중에 친여 언론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 출신 2명이 포함돼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방심위 제재는 방송사 재승인 심사의 중요한 항목이다. 방송사의 이런 처지를 활용해 직접 칼자루를 쥐고 정권에 비판적인 방송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아니고 뭔가.

여권은 5기 방심위 출범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이유를 들며 여권 몫 위원들부터 위촉하겠다고 한다. 여권 몫 추천위원 6명만으로 방심위를 구성하고, 위원장까지 선출하는 것은 법 절차를 어기는 일이다. 야당 몫 추천위원 3명도 함께 참여해 방심위를 정상적으로 구성해야 한다. 그러려면 청와대는 정 전 사장을 위원장에 앉히겠다는 구상을 포기하고 다른 중립적 인사를 대안으로 내놓아야 할 것이다.

정 전 사장의 내로남불 행태도 논란이다. 2002년 “병역 면제는 미국 국적 취득과 함께 특수 계급이 누려온 행태”라는 칼럼을 썼지만, 정작 자신의 두 아들은 미국 국적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방심위원장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정 전 사장밖에 없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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