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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헤리티지 센터’ 조성-재정 지원 약속

입력 | 2021-06-30 03:00:00

시동걸린 이건희 미술관 유치



바도르 달리 ’켄타우로스 가족’. 삼성 제공


‘국립 이건희 미술관’(가칭) 대구 유치에 대구와 경북이 뜻을 모았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10일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이건희 미술관을 삼성가(家)의 뿌리가 있는 대구에 짓는 데 양 지역의 역량을 동원하기로 한 것이다. 두 지역은 모든 유치 과정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대구 경북은 경주와 공동으로 유치를 위한 행정지원단을 운영해 지원한다.

앞서 1일 대구는 약 2500억 원 규모의 ‘이건희 헤리티지 센터’(가칭)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이 소장하던 문화재와 예술품 2만3000여 점을 국가와 사회에 기증한 삼성가의 정신을 살리기 위해 이 센터는 이건희 미술관을 비롯해 미술품 보존센터와 야외 문화 공간 등으로 구성된다. 대구는 재정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올 4월 문재인 대통령이 “별도 전시실을 마련하거나 특별관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자 대구를 비롯한 전국 30여 지방자치단체가 이건희 미술관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중섭의 ‘흰소’.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달 17일 대구 부산 울산 경북 경남 시도지사로 구성된 ‘영남권 미래발전협의회’가 수도권이 아닌 지방을 대상으로 이건희 미술관 입지 선정 공모를 추진해 달라는 공동건의문을 채택한 것도 대구 유치에 힘을 실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남권 미래발전협의회는 공동건의문에서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위한 지자체 간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며 “정부가 유치 과정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함으로써 지역 반발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수도권과 지방의 문화예술 불균형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문화시설의 36% 이상, 그중 미술관은 50% 넘게 수도권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리는 이 전 회장 소장 미술품 2만3000여 점은 국보 14건과 보물 46건, 클로드 모네와 파블로 피카소, 김환기 박수근 등 국내외 작가의 걸작이 포함돼 있다. 만약 경매에 들어가면 모두 5조 원이 넘을 정도로 진귀한 컬렉션이라는 평가다.

미술계 일각에서는 이건희 컬렉션으로 국립근대미술관을 세우고 ‘이병철실(室)’과 ‘이건희실’을 둬 삼성가의 기증 정신 기리자는 제안도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당초 이달 중순 이건희 미술관 건립 계획을 발표할 생각이었지만 유치전이 치열해지자 다음 달 초로 미뤘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최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출석해 “이건희 미술관 수도권 설립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7월 초 방향성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