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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 이전하면 한강 서해안 시대 열릴까[안영배의 도시와 풍수]

입력 | 2021-06-28 15:42:00


최근 정치권에서 인천국제공항 이전 문제로 불거진 김포국제공항.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김포공항은 여의도 3배 크기로 주변 24.6㎢ 지역이 항공소음 피해를 받고 있다.

서울 강서구 서쪽 끝단에서 여의도 면적 3배 크기 규모로 자리 잡고 있는 김포국제공항(863만5937㎡). 공항 측의 유휴 부지까지 합치면 여의도 10배 크기라는 이곳이 최근 정치권의 도마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등 여권 일부 정치인들이 김포공항을 인천국제공항으로 이전하고, 김포공항 부지에 20만 가구 규모의 스마트시티를 건설하자는 주장을 제기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서울 및 수도권의 주택난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고, 서부권 균형발전도 가능해진다는 이유에서다.

1939년 김포평야 지대에 자리 잡은 후 1958년 국제공항으로 지정된 김포공항은 그간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상징과도 같은 위상을 가졌던 곳이다. 공항 인근 지역인 서울 서부권(강서구·양천구·구로구 일부)과 경기 서남부권(김포시·부천시·인천시 일부) 사람들은 고도 제한에 따른 재산권 침해, 항공소음 등의 불편도 감수해야 했다. 공항 관련 업종과 종사자들에 의한 지역경제 성장 외에도 김포공항이 대한민국 하늘 길의 관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2001년 영종도에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한 이후 김포공항은 ‘애물단지’ 취급을 받게 된다. 일대 주민들의 경제적, 신체적 피해를 호소하는 집단 민원이 급격히 증가한 것도 이때부터다.

인천공항이 개항하면서 한때 통합 논의가 거론됐던 김포공항이 20년 만에 존립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운(地運:땅 기운의 흐름)의 변화라는 시각에서 보면 흥미롭다.

사실 김포공항은 우리나라 항공물류의 중심이라는 순기능적 역할에도 불구하고 수도 서울이 균형적인 발전을 하는 데 지장을 준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지형적으로 서울은 동쪽과 북쪽이 산으로 막혀 있어 도시 확장이 어려운 반면 남쪽과 서쪽은 트여 있는 구조다. 트인 곳으로 도시 확장이 이뤄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이에 따라 서울은 도로와 철도 등을 이용해 남쪽 위주로 도시 확장을 해왔다. 반면 한강을 따라 뻗어나갈 수 있는 서쪽은 도시 확장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졌다. 북한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안보상 이유와 함께 철옹성처럼 버티고 있는 김포공항이 확장성에 제동을 걸었다. 지운의 흐름이 인위적인 환경에 의해 방해를 받았던 셈이다.

실제로 김포공항이 도시개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상당히 컸던 것으로 평가된다. 2015년에 조사한 보고서(‘김포국제공항 주변지역의 고도제한 완화 연구’)에 의하면 서울의 대표적 인구 밀집 지역인 강서구 총면적의 97%가 고도제한 규제로 건축 행위에 제한을 받고 있고, 양천구는 57% 이상, 경기도 부천시는 43% 이상이 규제 대상 지역에 해당한다. 또 공항을 중심으로 24.6㎢ 지역이 항공기 소음으로 피해를 받고 있었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3배나 해당되는 것이다.




세계인 모여드는 한강의 국제 경기장


한강변에 위치한 잠실 서울올림픽경기장

만약 지운의 자연스런 흐름에 따라 김포공항이 이전하면 어떻게 될까. 공항 인근 지역은 물론 서울의 발전축이 한강을 따라 동서축으로 다시 한번 크게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조선시대 경상·호남·충청 등 삼남 지방의 물산이 한강을 따라 몰려들어 한강변 포구가 크게 발전한 것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당시 배를 통한 물품들이 쌓이고 덩달아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번성했던 한강변 포구가 공암나루(행주대교 부근), 양화나루(양화대교와 성산대교), 서강나루(서강대교 부근), 마포나루(마포대교 부근), 삼전나루(잠실대교 부근), 광나루(광진교와 천호대교 부근) 등이다. ‘물길은 재물을 관장한다’는 풍수의 논리가 그대로 맞아떨어진 현장이다.

현대에서는 어떨까.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을 ‘한강의 기적’이라고 칭할 만큼 여전히 한강은 서울과 수도권을 먹여 살려주는 중요한 물길이다. 이 물길을 따라 세계인들이 몰려들기도 했다. 바로 한강변에 들어선 국제스포츠경기장이다.

1984년 잠실대교 인근에 들어선 서울올림픽주경기장(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하계올림픽이 개최됐다.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던 강남 잠실 지역은 이후 경기장을 중심으로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이뤘다.

난지도 하늘공원에서 바라본 서울월드컵경기장(왼쪽)

이어 2001년 성산대교 인근에 완공된 서울월드컵경기장(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는 2002년 FIFA월드컵 대회가 열렸다. 세계 축구팬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이곳에 전용 축구장이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강남권에 비해 낙후된 서북권역을 개발해야 한다는 서울 균형발전론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난지도 쓰레기 처리장으로 불리던 이곳은 이후 완전히 딴 세상으로 변신했다. 경기장 일대로는 디지털미디어시티로 불리는 국제 업무단지가 들어섰고, 현재 국내 주요 언론 및 방송사, 엔터테인먼트 관련 시설들이 속속 들어서 있다.

이런 추이에 따른다면 한국이 세계적 체전(體典)을 개최할 경우 주경기장이 들어설 유력한 후보지로 또다시 한강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이 다시 올림픽을 개최하게 된다면 아마도 지역 균형발전론에 따라서 김포공항이 있는 강서구 한강변에 또 다른 경기장이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 올림픽을 두 차례 이상 개최한 그리스 아테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이 매 올림픽을 치를 때 주경기장으로 각기 다른 운동장을 사용했다는 전례도 있다.

서울이 아닌 경기도라면 한강 하류 쪽으로 더 내려가 김포한강신도시가 건설되고 있는 김포시(한강 남쪽)나 일산신도시가 들어선 고양시(한강 북쪽)가 유력 후보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김포한강신도시내 걸포지구는 한강으로 빠져나가는 고창천, 나진포천, 계양천 등 여러 수로가 감싸고 있는 곳이다. 이렇게 물길이 여러 겹으로 교차하는 지역은 풍수의 수관재물(水管財物; 물은 재물을 주관함)의 기운이 더욱 강해진다고 본다.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힘이 강력하다는 뜻이다.

김포시 김포한강신도시 도시개발사업지구 내 걸포4지구 부지. 한강으로 빠져나가는 고창천, 나진포천, 계양천 등 여러 수로가 감싸고 있어 물 기운이 왕성한 곳이다.




한강 서해안 시대 열린다



한강변을 따라가는 경기장 논리가 아니더라도 한국은 이미 ‘서해안 시대’를 맞고 있다. 사실 서해안 시대의 백미는 한강을 따라 서해 바다로 향하는 김포시와 파주시, 그리고 서해 바다와 맞닥뜨리고 있는 인천시 강화군에서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에 속하는 이들 지역은 안보상 이유로 일정 부분 발전이 막혀 있는 곳이지만 본격적인 남북 협력시대가 열리면 성장 동력이 무한한 곳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한강이 서해안으로 막힘없이 열린다는 것은 서울이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한강 동쪽 하남시 위례신도시에서부터 잠실, 서울 여의도, 마곡 지구를 거쳐 김포시 한강신도시와 강화도까지 연결되는 거대한 한강벨트는 한강이 서울에 선사하는 마지막 선물이 될 것이라는 게 땅기운적 관점에서 본 해석이다.

여기에 김포공항 이전은 그런 한강 서해안 시대를 여는 트리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김포공항 이전 문제는 지자체와 정책 담당자, 그리고 이해 당사자간 수많은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다만 시대의 흐름과 서울 및 수도권의 균형발전이라는 거시적 시각에서 짚어봐야 할 시점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안영배 기자(풍수학박사) oj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