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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거래소 줄폐업 우려…“살아남는 곳 손에 꼽을 것”

입력 | 2021-06-09 10:39:00

© News1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른 가상화폐 거래소의 신고 기한(9월 24일)이 3개월여 남은 가운데 거래소 줄폐업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거래소들은 은행에서 실명 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좌를 발급받아야 영업이 가능한데, 검증 책임을 떠안은 은행권이 발급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영업 중인 60여 개 거래소 가운데 살아남는 곳이 손에 꼽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화폐 가격이 금리 인상 우려 등의 악재 속에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거래소들은 코인 열풍이 식을까 걱정하고 있다.

● 실명 계좌 발급 신중한 은행권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까지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서를 낸 가상화폐 거래소는 전무하다. 20개사가 영업 요건 중 하나인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았지만 또 다른 요건인 실명 확인 입출금 계좌를 받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 실명 입출금 계좌를 받고 있는 곳은 업비트, 빗썸, 코빗, 코인원 등 4대 거래소뿐이다. 이들 또한 이번 달과 다음 달 제휴 은행들과 재계약 심사를 앞두고 있어 제휴를 이어갈지 불투명하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거래소를 대상으로 실명 입출금 계좌를 발급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하는 분위기다. 실명 계좌를 제공해 얻는 이점에 비해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 확장성 등은 매력적이지만 자칫 제휴 거래소가 불법자금의 통로로 쓰일 경우 은행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국내 5대 시중은행 중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은 가상화폐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우기도 했다.

기존에 가상화폐 거래소에 실명 계좌를 제공 중인 은행들도 온도차가 보인다. 4대 거래소 중 회원수와 거래량이 가장 많은 업비트와 제휴한 케이뱅크는 제휴 연장에 적극적이다. 올해 1분기(1~3월) 케이뱅크가 제휴 거래소인 업비트로부터 받은 수수료가 약 50억 원에 달하고, 고객 수도 4월 한 달간 150만 명 가까이 늘어나는 등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빗썸, 코인원과 제휴 중인 NH농협은행과 코빗과 손잡은 신한은행은 셈법이 복잡하다. 수수료 수익은 1분기 각각 16억 원, 1억 원대에 불과한 반면 관련 업무를 위한 인력 배치, 비용은 늘고 있다. 또 섣불리 거래소와 제휴를 중단했다가는 자사 계좌를 가진 코인 투자자들의 비판을 감수해야하는 상황이다.

● 코인 하락장에 거래소 입지 좁아져
사정이 더 열악한 중소 거래소들은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등을 대상으로 실명 계좌 발급 제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고객 확보가 절실한 인터넷전문은행과 지방은행 등 중소형 은행들은 거래소와의 제휴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현재 부산은행 등 일부 지방은행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다수 은행들은 여전히 제휴를 망설이는 모양새다.

가상화폐 시장은 금리 인상 우려 등 악재 속에 고점 대비 50% 가까이 하락한 상태다.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9일 오전 10시 현재 3700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올해 4월의 역대 최고치(8199만4000원)와 비교하면 두 달여 만에 50% 이상 폭락했다. 2018년 코인 폭락장이 재연될 것이란 불안감이 높아지며 투자자 이탈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