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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공연장을 시험장으로… 대구경북의 ‘공간 혁신’

입력 | 2021-04-15 03:00:00

민-관-학 발상 전환해 경제위기 극복
엑스코, 코로나19로 공연 취소되자, 기업채용-자격증 시험장으로 활용
대구한의대-영남대, 원격수업 위해 교내 유휴공간을 스튜디오로 전환
남구, 빈 파출소 건물 무료 대여도



지난해 5월 대구 북구 엑스코 1층 전시홀에서 응시자 1000여 명이 대구도시철도공사 채용 시험을 보고 있다. 엑스코 제공


“나훈아 콘서트를 봤던 공연장에서 이번엔 입사 시험을 봤습니다.”

취업준비생 A 씨(28)는 최근 특별한 경험을 했다. 모 기관의 신입사원 공개채용 필기시험을 대구 엑스코 1층 전시홀에서 치른 것이다. 시험장은 불과 2년 전 A 씨가 부모님과 함께 가수 나훈아 콘서트를 봤던 공연장이었다. A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텅 빈 공연장을 시험장으로 활용하는 엑스코의 아이디어가 놀라웠다”고 말했다.

전시컨벤션센터인 엑스코가 본래의 기능과 다소 멀어 보이는 이 같은 역발상을 내놓은 것은 코로나19 때문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전시 공연 행사 대부분이 취소되면서 경영이 힘들었다. 엑스코는 각 기업이 채용 시험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지난해 4월 본격적으로 유치에 나섰고 다음 달인 5월 2일 1층 전관을 대관해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채용시험을 치렀다. 전국 첫 사례였다.

엑스코는 위드 코로나19 시대 가장 안전한 시험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국가자격증 및 채용시험을 50차례 치렀다. 올해도 6월까지 시험장 관련 대관 일정이 가득 찬 상태다.

엑스코 관계자는 “급속 환기 공조시스템을 갖췄고 천장까지 높이가 17m나 돼 한 번에 1000명이 시험을 쳐도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구 경북 민·관·학이 발상을 전환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대구한의대와 영남대는 최근 캠퍼스 내 유휴 공간을 리모델링해 언택트(비대면) 원격 수업 제작용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원격 수업 비중이 높아지면서 강의의 질 향상을 위해 투자한 것이다. 학교 관계자는 “설계 시 막대한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존 교수 연구실과 강의실, 직원 사무실을 스튜디오로 전환해 비용을 크게 줄였다”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은 2007년 폐교한 달성군 가창초 우록분교 운동장에 최근 나무은행을 열었다. 운동장에는 지역 내 학교에서 공사 등으로 버려지는 수목을 가져다 심어 키우고 있다. 신축 학교나 공사를 마친 교육기관에서 필요할 때 뽑아서 다시 내준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폐교 운동장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는데 발상을 전환해 나무 보관용으로 바꿨다. 관련 예산이 최소 1억2000만 원 정도 절감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청년 일자리 마련에 고심인 대구 남구는 지역 내 빈 파출소 건물을 활용해 특별한 일을 꾸미고 있다. 행정안전부로부터 대명동 옛 서대명파출소 건물을 싼값에 빌려 식당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다시 무료로 빌려주는 것이다. 흉물로 남아 있던 건물을 활용해 낙후 도심 이미지를 벗겨내고 예산 절감을 통해 또 다른 일자리 사업을 추진한다.

대구시도 공간 혁신을 통한 미래교육발전 투자에 나섰다. 시는 14일 대구시교육청과 재단법인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과 업무 협약식을 갖고 수성구 수성알파시티 소프트웨어융합테크비즈센터 내 유휴 공간에 에듀테크 소프트랩을 구축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 및 원격 등 교육 혁신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이를 효율적으로 연구하는 공간을 만든 것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수성알파시티에는 정보통신기술 관련 업체가 모여 있고 수성 나들목과 가까워 울산 부산 강원 등 동부권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다. 동부권 교육 전문가들이 이곳에 모여 기업들과 미래교육 기술을 연구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