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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베이징올림픽 공동 보이콧’ 카드 만지작…고민에 빠진 韓

입력 | 2021-04-07 10:31:00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동계 올림픽 경기장을 방문해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바이두 갈무리)© 뉴스1


미국이 2022년 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 대한 ‘공동 보이콧’ 가능성을 재차 시사하면서 미중패권 경쟁 속 ‘전략적 모호성’ 외교 전략을 취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미국이 동맹국과 베이징 올림픽 공동 보이콧을 협의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분명히 우리가 논의하고 싶은 것”이라고 답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그러면서 “조정된 방식은 우리의 이익에 해당할 뿐 아니라 동맹과 파트너의 이익에도 해당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오는 2022년의 일이고 아직 2021년 4월이라 시간이 남아 있다”면서 “시한을 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러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바이든 행정부가 아직 보이콧과 관련해 결정한 것은 없다면서도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음을 거론하기도 했다.

미국은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때 불참한 바 있다. 당시 구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미국의 요구에 응한 60여개국이 보이콧을 했다. 반대로 구소련은 4년 뒤 로스엔젤레스 올림픽에 불참했는데 모스크바 올림픽 보이콧에 대한 ‘보복’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는 ‘스포츠의 정치화’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스포츠를 통해 세계 평화의 이바지 하자’는 올림픽 정신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바이든 행정부도 올림픽 불참 결정이 가져올 후폭풍을 모르고 있지는 않을 터. 특히 이는 ‘신냉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이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논의를 계기로 동맹국들을 규합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자칫 베이징 올림픽 참가여부가 미국과의 동맹에서 제외되는냐, 아니면 남느냐를 결정짓는 중대한 시험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중국은 미국에서 보이콧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참여 확답을 받는 외교전에 몰두하며 ‘맞수’를 두고 있는 모양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겸 외교부장이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 이란, 아랍에미리트 등을 방문하며 지지를 확보하는 데 주력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미중 간 신경전이 올림픽까지 ‘확전’될 경우 문재인 정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먼저 참가를 발표하면 동맹국 미국과의 ‘공조 이탈’이 될 수 있고, 불참을 하면 중국과의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중국의 ‘선전전’은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3일 한중 외교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며 “중국은 한국의 베이징 올림픽 참가를 환영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우리 외교부의 한중 외교장관 회담 공식 보도자료에 없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나 “원론적인 얘기였다”며 “우리나라에서 2024년 청소년 동계올림픽이 개최되는 데 대해서도 중국 측이 지지한다고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일련의 상황에서 외교가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전략적 침묵’을 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제기돼 주목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국이 참여 또는 불참 의사를 선제적으로 밝히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미국이 현재 보이콧 카드를 쥐고 있는데 우리가 참여한다고 하면 각을 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상 미국이 실제로 이 카드를 쓰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중 압박을 가하기 위한 수단으로 가능성만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시간이 충분히 있고 변수가 여전히 남아있다”며 “예를 들어 결정적인 중국의 인권 탄압 문제가 올림픽 개최 시점 즈음 발생한다면 전 세계의 보이콧 공감대가 형성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