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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오’ 미라 22구, 황금색 차 타고 새 집으로 이사

입력 | 2021-04-05 03:00:00

이집트 관광산업 살리기 차원
특수차량 이용 새 박물관으로 옮겨
선박 좌초-건물 붕괴 등 잇단 사고에… SNS엔 “파라오의 저주” 소문 확산



3일 람세스 2세 등 고대 이집트 왕국의 파라오 미라 22구를 실은 황금색 차량들이 이집트 박물관에서 7km떨어진 곳에 새로 건립된 국립문명박물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카이로=AP 뉴시스


고대 이집트 왕국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람세스 2세 등 이집트 왕인 파라오의 미라 22구가 3일 새로운 박물관으로 옮겨졌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밤 이집트 카이로 시내에서는 ‘파라오들의 황금 퍼레이드’가 진행됐다. 카이로 도심 타흐리르 광장에 있는 이집트 박물관에서 보관되던 22구의 미라가 남쪽으로 약 7km 떨어진 곳에 새로 만들어진 국립문명박물관으로 옮겨졌다.

이번에 옮겨진 미라 22구는 람세스 2세(기원전 1279년∼기원전 1213년 재위), 이집트 최초의 여왕 핫셉수트(기원전 1479년∼기원전 1458년), 람세스 9세(기원전 1129년∼기원전 1111년) 등을 포함해 고대 이집트 왕국의 왕 18명, 여왕 4명이다.

이집트 당국은 이동 과정에서 미라가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질소 충전 상자에 미라를 넣었다. 특수 충격흡수장치가 장착된 황금색 차량에 실린 미라들은 국가 의장대의 호위 속에서 30분간 카이로 시내를 지나 새 보금자리에 안착했다. 미라들이 국립문명박물관에 도착하자 21발의 예포가 발사됐다.

이집트 문화재 당국은 미라 이동 준비에만 3년이 걸렸다고 밝혔다. AFP는 “옮겨진 미라들은 대형 전시실에 영구 전시된다”며 “파라오 미라의 이동은 이집트 정부가 관광산업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파라오 미라 이전에 부정적 시선도 적지 않다고 BBC는 전했다. 파라오 미라를 함부로 옮기면 재난과 불행이 찾아온다는 ‘파라오의 저주’가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소셜미디어에서 확산 중이다. 실제 이집트에서는 파라오 이전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지난달 23일 수에즈 운하 선박 좌초로 대규모 피해가 생겼고, 사흘 뒤인 26일에는 소하그 지역 열차 추돌사고로 32명이 사망했다. 같은 달 27일엔 카이로의 10층 건물이 붕괴해 18명이 죽는 등 최근 이집트에서 각종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