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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쫓아온 남성’ 신고했지만…경찰은 왜 그냥 귀가 시켰나?

입력 | 2021-04-01 11:32:00


지난 23일 오후 광주대구고속도로에서 무리한 차선변경을 하며 여성 운전자를 쫓아오고 있는 회색 혼다 차량(오른쪽).(온라인커뮤니티 캡처)2021.3.31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처음 본 남성이 차량으로 약 50㎞를 쫓아오자 공포감을 느낀 여성이 파출소에 신고했지만 경찰이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뭇매’를 맞고 있는 경찰은 “현행 매뉴얼상 해줄 수 있는 조치를 취했을 뿐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30대 여성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 따르면 한 남성이 전북 순창휴게소부터 광주까지 수차례 차선을 변경하고 속력을 내 끼어들기를 하는 등 무리한 곡예운전을 하며 ‘공포의 스토킹’을 했다.

집요한 추적에 두려움을 느낀 여성은 광주 서구 풍암파출소로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적용할 뚜렷한 법규가 없다’며 남성을 귀가시켰다.

언론을 통해 이 내용이 보도되자 경찰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다.

하지만 경찰도 답답하다는 심경이다.

‘소극적인 행정’만이 경찰이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조치라는 것이다.

광주 서부경찰서. © News1

해당 파출소 한 경찰은 1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안타까운 마음에 그 사건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고자의 불안한 심리와 상황을 분명히 인지했다”며 “그러나 범죄혐의점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아 경찰이 할 수 있는 대응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남성이 심각한 난폭운전을 하거나 A씨에게 직접적인 협박을 하지 않아 죄목을 적용하기 어려웠던 상황이라는 것.

남성이 여성을 ‘쫓아왔다’거나 ‘바라봤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할 수 없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만일 수배차량이었다면 붙잡아 둘 수라도 있었겠지만 그럴 수가 없었고 차량조회로 얻은 등록정보 역시 주소지가 광주라서 여성을 쫓아왔다고 볼 수만은 없었다”고 답변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A씨에게 고소장이나 진정서를 접수하는 방법을 안내했다”며 “답답하겠지만 최선을 다한 부분이다. 현행법 상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밝혔다.

한편 상대방의 의사와 상관없이 집요하게 상대를 쫓아다니며 괴롭히는 스토킹을 하면 현행법으로는 1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그쳤지만 지난 24일 이른바 ‘스토킹 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최대 5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스토킹 처벌법’은 오는 9월 정식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 법에 따르면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는 행위, 주거지 등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등도 처벌 대상이 돼 A씨의 사연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광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