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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지휘 헛발’ 박범계, 불기소 수용 후 ‘합동감찰’ 돌파구 찾나

입력 | 2021-03-21 14:52:00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3.17/뉴스1 © News1


대검찰청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에서 모해위증한 의혹이 제기된 재소자를 최종 무혐의 처분하면서 난감해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다음 카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무리한 수사지휘권 행사로 비판받는 박 장관이 ‘합동 감찰’로 돌파구를 찾을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은 전날(20일) 모해위증 의혹 사건을 ‘무혐의’ 취지로 종결한 기존 판단을 유지하기로 법무부에 보고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전날 대검으로부터 보고받은 만큼, 이날 중 공식입장을 낼지 주목된다.

앞서 박 장관은 지난 17일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을 통해 결론이 어떠하든 대검 부장회의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대검 부장회의가 진행 중이던 지난 19일 퇴근길에는 “과정이 어땠는지도 봐야 한다”면서 수용 여부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는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기소 의견을 낸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과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의 의견 반영을 강조하면서 “얼마나 무게 있게” 들었느냐를 보겠다고 했다.

박 장관이 지목한 한동수 감찰부장은 대검 부장회의에 들어가 논의와 표결에 참여했고, 임은정 연구관도 회의에서 의견을 개진한 만큼, 박 장관이 대검 결론을 수용하지 않을 명분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 4·7 재보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말을 바꿔 대검과 정면충돌할 경우 ‘한명숙 구하기’라는 비판 여론이 확대될 수 있는 점도 부담이다. 애초 박 장관이 ‘기소 의견’이 아닌 ‘대검 부장회의 재심의’로 수사지휘 한 것도 이같은 사정 때문이라는 해석이었다.

임 연구관이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검 연구관 회의에서처럼 만장일치가 아니었던 것에 감사하며 씩씩하게 내일을 준비하겠다”고 썼고, 한 부장은 “철옹성 앞에 선 듯한 답답함”이라고 토로한 것도 이 사건과 관련해 더 쓸 반격 카드가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점을 종합하면, 박 장관이 대검의 무혐의 결정을 수용하되 검찰의 수사관행을 문제삼는 합동 감찰에 주력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윤석열 총장 사퇴 등 검찰의 강한 반발로 잠시 주춤한 검찰개혁 동력을 ‘합동감찰’으로 되살릴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박 장관은 수사지휘에서 사건 재심의와는 별개로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부가 합동으로 한 전 총리 사건 수사에서 드러난 검찰의 수사관행을 철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박 장관은 수사지휘 당일인 17일 기자들과 만나 “조사 기록이 없는 많은 재소자 출정 조사들과 재소자들에게 음식이나 전화서비스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해 유인을 만든 것들은 앞으로 우리 검찰이 직접수사를 함에 있어 지양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모해위증·교사 의혹은 한명숙 수사팀이 2011년 한 전 총리 재판에서 재소자들에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는 허위 증언을 사주했다는 진정이 지난해 4월 접수되며 불거졌다.

이 사건과 관련해 재소자 3명은 수십 차례 검찰 조사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대신 외부와 전화서비스나 음식 등 각종 특혜를 받아 문제가 됐다. 당시 구치소에 수감된 한 전 대표를 70회 이상 검찰청으로 불러 조사하면서도 60회 이상의 조사에 대한 조서를 남기지 않아 5명의 대법관으로부터 형사소송법 위반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재소자를 상대로 한 무(無)조서 출정 조사와 별건수사 확대 등 검찰의 폐쇄적 수사관행에 문제가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합동 감찰을 통해 검찰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감찰에서 수사팀의 비위 행위가 드러나더라도, 이미 3년의 징계시효가 지나 징계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심각한 수위의 문제가 발견될 경우 장관이 공개적으로 경고 조치를 하며, 검찰 수사관행 대수술에 들어가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