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쏟아지고 사라지는 미래 유망 기술 투자 부족, 제도 등 원인부터 파악하고 진단과 처방으로 발전 계기 삼아야 실패 기록으로 남겨 성장의 길 찾자
이성주 객원논설위원·아주대 산업공학과 교수
사실 과학기술 분야의 미래 예측은 매우 도전적인 활동이다. 미래는 수많은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 예컨대 영화 ‘백 투 더 퓨처’에서 주인공 마티가 방문하는 미래 날짜를 하루만 뒤로 했다거나, 들로리언(차량)의 도착 장소를 한국과 같은 다른 나라로 했다면 전혀 다른 미래가 펼쳐지는 것처럼 말이다. 사회의 특성에 따라 과학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미래 변화의 속도와 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다. 조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복귀하는 절차를 진행함에 따라 잠시 주춤했던 환경보호 분야 기술 발전이 다시 활성화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과거를 되돌아보기가 다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래 예측 결과를 되돌아보는 것은 단순히 예측 결과가 정확히 실현되었는지를 평가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목표 시점에 해당 기술이 구현되지 못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예측 결과의 실현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11년 국내 한 공공기관에서는 10년 뒤 가장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망 기술로 전기자동차 급속 충전 기술, 양자암호 기술, 원터치 건강 진단 서비스, 100달러짜리 롤러블 태블릿 PC 등을 제시했다. 이 중 전기자동차 급속 충전 분야에서는 400km 주행 가능한 배터리를 20분 만에 80% 수준으로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이 올해 보급된다. 반면 양자암호 기술은 상용화 중이며, 원터치 건강 진단 서비스나 100달러짜리 롤러블 태블릿 PC는 아직 우리 삶에 자리 잡지 못했다. 예측 결과가 실현되지 못한 이유는 투자 부족, 사회의 기술수용성 부족, 적절한 제도 부재, 규제로 인한 제약 등 다양할 수 있다. 원인을 진단하면 적절한 처방이 가능하다.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는 인류의 오랜 열망은 미래학이라는 분야를 탄생시켰다. 에너지 기업 셸은 오일쇼크를 예측하고 미리 대응한 결과 메이저 석유기업 중 수익률이 최하위에서 최상위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이후 미래학은 과학기술과 결합되어 사회적, 경제적으로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유망 기술을 조기에 발굴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셸이 그랬던 것처럼 각 국가와 기업 또한 과학기술 분야의 미래 예측을 통해 성장의 기회를 포착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온고지신은 결국 과거에 이뤄졌던 과학기술 미래 예측의 실패의 역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패한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록으로 남기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 그것이 미래를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 코로나19를 헤쳐 나가는 우리는 과연 이런 잘못을 기록하고 충분히 토론하고 있는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성주 객원논설위원·아주대 산업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