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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계란, 수입해도 가격 안 잡히는 이유는? ‘에그플레이션’ 심화

입력 | 2021-02-08 17:38:00


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형마트 계란코너. ‘1인 1판 한정 판매’란 문구가 붙어있었는데도 이미 30개에 7180원인 계란은 모두 동나고 없었다. 주모 씨(56)는 “4인 가족이라 일주일이면 30개 짜리 한 판을 먹는데 가격이 너무 올라 부담된다”며 “값이 싼 걸 사려고 해도 저렴한 계란은 금방 다 팔린다”고 말했다. 재래시장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남대문 시장 식료품 가게에서 파는 계란은 한 판에 8000~9000원 정도다. 한 상인은 “하루 80여판 들여오는데 명절에 전 부치려고들 많이 찾아 금방 팔린다”며 “더 팔고 싶어도 추가 주문이 어렵다”고 했다.

설 연휴를 앞두고 계란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일부 소매점에선 한 판에 1만 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고 있다. 계란 가격이 2017년 살충제 달걀로 인한 ‘계란 파동’ 때 수준으로 치솟으며 서민 중산층이 체감하는 물가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8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왕란(68g 이상) 기준 계란 30개짜리 한 판의 도매가는 6233원이었다. 한달 전보다는 1396원(28.9%) 올랐고, 두 달 전보다는 2234원(56.0%) 뛴 수치다.

일부 판매처에서 계란 소매가가 1만 원을 넘기자 ‘에그플레이션’(egg+flation)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쿠팡에서는 한 판 8000원 대부터 시작해 오후면 1만 원대 계란까지 모두 품절된다. 주부들은 온라인에서 조금 더 싼 계란을 구하기 위해 정보를 공유한다. 퇴근길 마트 어플로 장을 보는 직장인 김모 씨(37)는 “결제까지 해둬도 7000원 대 미만은 ‘품절’이라고 번번이 자동취소 돼 계란을 못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계란 가격이 급등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인한 산란계 살처분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이후 총 1339만 마리가 설처분 됐다. 업계에선 하루 800만 개의 공급이 줄었을 것으로 추산한다. 경기도에서 닭 10만 마리를 기르며 하루 8만 개 가량의 달걀을 생산하는 이모 씨(59)는 “같은 조합에 소속된 10개 농가 중 3개 농가가 살처분으로 달걀을 생산하지 못해 평소 납품양의 60%밖에 물량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밥 수요 자체가 늘어난 데다 설 연휴로 인한 소비량이 늘면서 수급 불안정은 더 심해지고 있다. 살처분으로 거래처를 잃은 유통업체들은 웃돈을 얹어 계란 확보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한 도매상은 “일부 소매상들이 개당 가격을 20~30원씩 더 쳐주고 물건을 직접 떼어가면서 도매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계란 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정부는 비축물량 180만 개를 풀었고 이달 말까지 4400만개를 수입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가격 안정 효과를 내기엔 역부족이란 평가다. 수량 자체도 월평균 국내 계란 소비량의 6%에 불과한데다 수입산 선호도도 높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미리 공급 물량을 확보하고 수입 물량 풀리는 일정을 공개해서 가격 인하를 유도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대책에 미흡했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넉달 째 0%인데 반해 계란 가격 등 실제 서민물가 체감 격차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식료품 물가의 전반적 상승세 가운데 가공식품 등으로의 도미노 인상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하경기자 whatsup@donga.com
사지원기자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