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열풍-집값상승에 ‘큰손’ 늘자 맞춤형 특화서비스 잇달아 나서 예대마진 벗어난 수익모델 기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등에 고가 아파트 3채를 보유한 자산가 A 씨(72)는 지난해 10월부터 아들 내외와 딸에게 부동산을 증여하기 위해 수시로 프라이빗뱅커(PB)를 만나고 있다. 집값이 뛰고 세제도 복잡해지면서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상속과 증여 중 세금을 조금이라도 더 줄일 방법은 무엇인지, 높은 증여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자녀가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조언을 구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서 30년 가까이 노포를 운영 중인 B 씨(70·여)도 주거래 은행의 금융센터에서 자산관리를 받고 있다. 그동안 식당 운영과 관련된 세금 정산과 절세 상담을 주로 했지만 최근엔 투자 상담도 많이 한다. B 씨는 “적절히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펀드, 주식형 상품 등을 권유받아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집값이 뛰고 주식시장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큰손’ 고객들을 겨냥한 은행권의 자산관리(WM)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사모펀드 부실 사태 여파로 위축된 WM 부문을 활성화하고 저금리에 쪼그라든 이자수익을 만회하려는 전략도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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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세무사, 부동산 전문가로 구성된 전담팀이 선수는 물론이고 선수 가족들과 동행해 부동산 현장 투어를 하며 상담을 해주는 식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스포츠 스타들은 활동 기간이 짧지만 소득이 높아 전담 관리가 필요하다. 은행이 자산관리 노하우를 축적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IBK기업은행은 개인 고객을 비롯해 중소기업 법인을 대상으로 종합자산관리 컨설팅 서비스를 하는 게 특징이다. 이 은행 WM인 ‘IBK 퍼스트 클래스’는 금융, 세무, 부동산 부문별로 바뀐 제도 등을 반영해 경영, 절세, 가업승계 등과 관련된 내용을 컨설팅해준다.
노후 자산을 굴리기 위해 고심하는 시니어 고객을 겨냥한 WM 서비스도 활성화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KB골든라이프센터’를 설립해 5060세대 등 시니어 고객을 타깃으로 한 은퇴자산관리 서비스를 하고 있다. 50, 60대가 관심이 많은 상속, 절세와 관련해 온라인으로 퀴즈쇼나 세미나를 진행해 고객의 이해를 돕는다. 신한은행도 은퇴설계 시스템 ‘S-미래설계’를 만들어 은퇴한 중장년층 고객의 노후자금 마련을 돕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WM 서비스가 예대마진으로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은행들의 고육지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색 서비스나 특정 고객을 위한 WM은 거래 규모를 유지하거나 높은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새로운 자산가들이 꾸준히 유입돼야 WM 시장을 더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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