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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가 구내염이라니”…진단서 쓴 의사 면허 박탈 청원

입력 | 2021-01-05 14:08:00

사진출처=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16개월 아기 정인이를 생전 진료한 뒤 ‘단순 구내염’으로 진단한 의사의 면허를 박탈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한 청원인은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정인이에게 허위 진단서를 내린 의사의 의사면허를 박탈해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청원인은 “학대로 인해 입안이 찢어진 정인이를 본 한 소아과 전문의가 경찰에 신고하였지만 가해자 부부가 한 소아과의원의 의사에게 받은 ‘단순 구내염’ 진단서를 경찰서에 제출했다”라며 허위 진단서를 작성해 경찰 수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동학대에 대한 신고 의무가 있지만 이를 행하지 않았고 소아과 전문의로서 찢어진 상처와 구내염을 구분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의사로서 능력이 의심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인이를 구하기 위해 신고한 선량한 신고자들의 노력을 무마시켰고 가해자에게 유리한 허위 진단서를 작성, 정인이가 구조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았다. 이로 인해 정인이는 고통 속에서 16개월이라는 짧은 생을 마감했다”라고 덧붙였다.

사진출처=청와대 국민청원


청원인은 “직접적인 의료행위를 통해 정인이에게 해를 가하지 않았더라도 책임감을 가지고 환자를 진단해 발급해야 하는 진단서를 무책임하게 발급해 환자의 생명에 위협을 줬다. 미필적 고의가 있기에 공범으로 처벌해야 한다”라며 의사면허를 박탈할 것을 청원했다.

현재 이 청원은 사전동의 100명 이상이 되어 관리자가 검토 중이다. 청원 조건에 맞지 않을 경우, 비공개 되거나 일부 숨김 처리가 될 수 있으며 검토 기간 동안에도 청원에는 참여할 수 있다.

한편, 정인이는 지난해 1월 양부모에게 입양됐다가 271일 만인 지난해 10월 13일 응급실에서 사망했다. 정인이가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양쪽 팔과 쇄골, 다리 등이 골절되어 있었고 대장과 췌장 등 심한 장기 손상을 입은 상태여서 아동 학대가 의심됐다.

정인이는 입양된 지 얼마 안 된 지난해 3월부터 지속적인 학대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인이에 대한 아동학대 의심 신고는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세 차례 접수됐다. 세 번째 신고는 정인이가 사망하기 20여일 전이었다. 당시 어린이집 측이 오랜만에 등원한 정인이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이 염려돼 병원에 데려갔고 진찰 후 아동학대라 판단해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신고 이후 아동보호전문기간이 양부모와 함께 다른 소아청소년학과로 데려갔고 단순 구내염을 받아 정인이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확인 결과, 이 병원은 양부모의 단골 병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