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제 전환했는데 그린피 되레 올려 호황 틈탄 바가지 영업, 공멸 지름길
김종석 스포츠부장
올 1월 20일 넘게 휴장했던 서울 근교의 한 골프장이 최근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다. 그러나 정작 이 골프장 회원인 중소기업 대표 A 씨는 “부킹 한 번 하려면 광클(마우스를 빠르게 클릭)이라도 해야 한다”고 푸념했다. 지난해만 해도 인터넷으로 한 달 후 날짜를 잡는 게 90% 가능했으나 올해는 30%만 성사됐다는 게 그의 얘기.
올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골프장은 오히려 호황을 맞았다. 주중에도 부킹난이 심각했다. 골프가 비교적 안전한 야외활동으로 여겨진 데다 연간 220만 명가량 떠나던 해외 골프관광이 막혔기 때문.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했던가. 내장객이 몰려들면서 지나친 이익만을 좇는 일부 골프장의 영업 행태 또한 도마에 올랐다. 그린피, 캐디피, 카트비, 식음료 가격 등이 줄줄이 뛰었다. 수도권의 한 골프장은 4인 기준 한 팀당 그린피, 식대, 기념품 등이 포함된 패키지를 160만 원에 구입해야 예약이 가능하다. 사정이 생겨 한 명이 빠져도 4인 요금을 내야 한다. 회원제 골프장은 회원 그린피가 5만5000원 내외지만 비회원은 25만 원 안팎이라 객단가를 높이려고 비회원 영업에 치중하는 편법도 속출하고 있다. 약사 A 씨는 “제주도의 한 골프장은 회원 예약 전화를 잘 받지 않더라. 45일 이전에 부킹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회원제 골프장에 비해 개별소비세 면제 등 혜택을 보고 있는 대중골프장에 대한 원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2014년 이후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한 72개 골프장 중 18개 골프장은 그린피를 내리지 않았고, 8개 골프장은 되레 그린피를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북부의 한 대중골프장은 주중 오전 6시대 9만 원대이던 연단체(정기적으로 세 팀 이상 사용하는 고객) 그린피를 내년 15만 원대로 책정해 횡포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회원제보다 비싼 요금으로 대중이란 타이틀이 무색한 골프장도 많다. 대중골프장 영업이익률은 40%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100대 기업 영업이익률은 5% 미만이다.
골프 비용이 치솟고 있지만 페어웨이나 그린 상태, 캐디 서비스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도한 예약으로 앞뒤 팀 간격을 좁혀놓다 보니 쫓기듯 허겁지겁 라운드를 돌거나 어떤 때는 기다림의 연속이 되기 일쑤.
눈앞의 돈벌이에만 급급한 골프장은 골프 대중화의 걸림돌이다. 골프의 제1원칙이라는 에티켓과 규칙을 지키는 데는 골프장과 골퍼가 따로일 수 없다. 세상을 바꾼다는 코로나19는 한국 골프의 상반된 두 얼굴을 바꿀 기회이지만 위기도 될 수 있다. 물론 코로나 방역지침 준수는 필수다.
김종석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