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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갱 골퍼’의 역습이 두렵지 않은가[오늘과 내일/김종석]

입력 | 2020-12-19 03:00:00

대중제 전환했는데 그린피 되레 올려
호황 틈탄 바가지 영업, 공멸 지름길




김종석 스포츠부장

‘코로나로 동절기 골프 여행 및 해외 출국이 어려워짐에 따라 많은 회원님의 요청으로 2021년 1월의 정상 영업을 시행하오니 많은 이용 당부드립니다.’

올 1월 20일 넘게 휴장했던 서울 근교의 한 골프장이 최근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다. 그러나 정작 이 골프장 회원인 중소기업 대표 A 씨는 “부킹 한 번 하려면 광클(마우스를 빠르게 클릭)이라도 해야 한다”고 푸념했다. 지난해만 해도 인터넷으로 한 달 후 날짜를 잡는 게 90% 가능했으나 올해는 30%만 성사됐다는 게 그의 얘기.

올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골프장은 오히려 호황을 맞았다. 주중에도 부킹난이 심각했다. 골프가 비교적 안전한 야외활동으로 여겨진 데다 연간 220만 명가량 떠나던 해외 골프관광이 막혔기 때문.

한국골프장경영협회는 올해 전체 6홀 이상 골프장의 내장객 수가 전년도 대비 10% 가까이 늘어 45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수도권 골프장이 포화상태여서 충북, 전북 등의 증가율은 50%에 육박했다. 1월은 골프장의 대표적 휴장 기간이지만 엑스골프에 따르면 조사 대상 77개 골프장 가운데 51곳이 내년 1월 운영하기로 해 올해 14곳에 비해 대폭 늘어났다고 한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했던가. 내장객이 몰려들면서 지나친 이익만을 좇는 일부 골프장의 영업 행태 또한 도마에 올랐다. 그린피, 캐디피, 카트비, 식음료 가격 등이 줄줄이 뛰었다. 수도권의 한 골프장은 4인 기준 한 팀당 그린피, 식대, 기념품 등이 포함된 패키지를 160만 원에 구입해야 예약이 가능하다. 사정이 생겨 한 명이 빠져도 4인 요금을 내야 한다. 회원제 골프장은 회원 그린피가 5만5000원 내외지만 비회원은 25만 원 안팎이라 객단가를 높이려고 비회원 영업에 치중하는 편법도 속출하고 있다. 약사 A 씨는 “제주도의 한 골프장은 회원 예약 전화를 잘 받지 않더라. 45일 이전에 부킹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회원제 골프장에 비해 개별소비세 면제 등 혜택을 보고 있는 대중골프장에 대한 원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2014년 이후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한 72개 골프장 중 18개 골프장은 그린피를 내리지 않았고, 8개 골프장은 되레 그린피를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북부의 한 대중골프장은 주중 오전 6시대 9만 원대이던 연단체(정기적으로 세 팀 이상 사용하는 고객) 그린피를 내년 15만 원대로 책정해 횡포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회원제보다 비싼 요금으로 대중이란 타이틀이 무색한 골프장도 많다. 대중골프장 영업이익률은 40%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100대 기업 영업이익률은 5% 미만이다.

골프 비용이 치솟고 있지만 페어웨이나 그린 상태, 캐디 서비스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도한 예약으로 앞뒤 팀 간격을 좁혀놓다 보니 쫓기듯 허겁지겁 라운드를 돌거나 어떤 때는 기다림의 연속이 되기 일쑤.

골프장이 영원히 황금 알을 낳을 수는 없다. 기존의 수요공급 질서를 무너뜨린 코로나19 가 진정되면 한파를 맞을 수도 있다. 장기적 관점의 지혜가 절실하다. 골프장에도 정도경영이 필요하다. 일부 착한 골프장은 그린피 동결이나 내장객 수 제한 등의 조치로 호평을 받고 있다. 바가지요금 등 부당 행위 신고제 같은 관계 당국의 관리감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눈앞의 돈벌이에만 급급한 골프장은 골프 대중화의 걸림돌이다. 골프의 제1원칙이라는 에티켓과 규칙을 지키는 데는 골프장과 골퍼가 따로일 수 없다. 세상을 바꾼다는 코로나19는 한국 골프의 상반된 두 얼굴을 바꿀 기회이지만 위기도 될 수 있다. 물론 코로나 방역지침 준수는 필수다.
 
김종석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