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靑 “징계 가이드라인 없다”… 역풍 차단 숨고르기

입력 | 2020-12-04 03:00:00

[윤석열 업무복귀]文대통령, 징계 관련 첫 입장 발표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이용구 신임 법무부 차관에게 징계위원장 직무대리를 맡기지 않도록 하라”고 공개 지시한 것은 이 차관 임명으로 불거진 중립성 논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의 정당성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 총장 징계 드라이브가 ‘검찰총장 찍어내기’로 비치자 법무부에 속도 조절을 지시한 것. 여권 일각에선 “징계위가 열리더라도 사실상 윤 총장 해임이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관측과 함께 “최정점에 달한 갈등을 일단 누그러뜨린 뒤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제대로 하겠다는 출구전략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윤 총장 징계위 운영과 관련해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징계위원장 직무대리 지정과 관련해 이 차관을 사실상 배제하라고 지시했다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발표했다. 법무부 장관의 권한인 징계위 구성과 관련해 대통령의 구체적인 지시 사항을 공개한 것. 문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이날 참모진과의 오찬 간담회에서도 징계위에 대해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강조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침묵을 지켜왔던 문 대통령이 징계위 구성까지 직접 개입하고 나선 것은 현실적으로 추 장관과 법무부에만 윤 총장 징계 절차를 맡기기 어려워졌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이 추 장관의 윤 총장 직무배제 결정을 뒤집은 데다 당연직 징계위원인 이 신임 차관이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변호를 맡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징계위가 열리기도 전에 공정성 시비가 불거졌기 때문. 여권 관계자는 “추 장관에게만 맡겨서는 징계위에서 어떤 결과를 내든 윤 총장과 야권에 역공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청와대의 우려가 반영된 메시지”라고 말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현재 징계위가 어떤 결론을 미리 내려놓은 것처럼 예단하는 보도가 나오는데 예단하지 말고 차분히 지켜봐주길 당부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 대변인은 “청와대는 이미 윤 총장 징계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통령이 징계 절차에 가이드라인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징계위가 열리는 동안 가이드라인은 없다는 입장은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권에선 징계위가 열리더라도 해임까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리적으로 따졌을 때 징계위에서 윤 총장이 해임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며 “절차대로 징계는 적정 수준에서 마무리하고 빨리 ‘추-윤 갈등’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 안팎에선 징계위 이후 출구전략 구상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개각을 통해 추 장관 거취를 정리해 윤 총장의 사퇴를 유도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 총장 사퇴 전 추 장관을 교체할 경우 친문 등 핵심 지지층에서 “윤석열은 살리고 추미애는 내치느냐”는 식의 반발이 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여권 인사는 “상황이 실타래처럼 너무 꼬여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시뮬레이션이 어렵다. 이러다간 추 장관과 윤 총장 갈등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검사징계법이 개정되는 내년 1월 이후로 징계위를 연기하는 방안도 거론될 정도다. 청와대는 연내 징계 절차를 모두 마무리하겠다는 구상이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