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존기증자…’ 쓴 이경은 작가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남편은 (기증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당연하지’ 하는 분위기가 주변에 짙게 깔리면 기증 후보자는 아무 말도 못 해요. 정말 수술하고 싶은지 물어봐주는 사람은 병원에도 없고, 가족 안에는 더 없죠.”
그의 남편을 수술한 병원에서는 “안전하다”는 말 말고는 시스템 차원에서 기증자의 안전과 사후 건강에 대한 책임 있는 설명이 없었다. 관심은 온통 수혜자에게 쏠려 기증자는 소외되는 듯했다. 정말 안전한지 근거를 보여 달라고 끈질기게 요구하는 이 씨에게 병원 측은 ‘용기와 희생’을 말했다. 책은 이렇게 썼다.
19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이 씨는 “책을 쓰면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일반화하는 건 아닌가, 그래서 이 책이 소용없어지는 건 아닌가’ 두려웠다”고 했다. 그러나 근거 없는 불안도, 그만의 유별남도 아니었다.
“기증자 커뮤니티나, 아주 드물지만 기증자 연구에 따르면 절반가량의 기증자가 불안감, 우울감, 알코올의존증 같은 정신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해요. 면역력 저하, 피로감, 통증 등 육체적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고요.”
많은 기증자는 수술 이후 삶에 대한 불확실한 전망보다 가족에 대한 죄책감을 더 크게 느낀다. 그렇게 내린 결정이 기증자의 진정한 자율적 선택이었는지는 병원과 언론이 그려내는 ‘미담’에 묻힌다.
“모든 기증자의 자발성을 의심하지는 않아요. 그래도 여전히 ‘정신적 타격이 올 수 있고, 회복이 완전히 안 될 수도 있으며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와 같은 정보를 제공하고 ‘수술 못 받겠다고 해도 괜찮으니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라’고 독려하는 시스템은 필요합니다.”
“지난해 한국에서 생체 이식은 모두 2868건 이뤄졌어요. 매년 늘고 있어서 (장기 이식이) 남의 일이라는 보장은 없어요. 제 책을 읽고 ‘별문제 없다는데’ 하는 방관자적 태도가 아닌, 기증자의 자발적 결정을 보장하라는 목소리에 힘을 보태주셨으면 좋겠어요.”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