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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법 후폭풍… 강북도 전세 10억

입력 | 2020-11-17 03:00:00

최근 석달간 非강남서 272건
분당-광명 등 경기서도 나와
매물 품귀에 초고가 전세 잇따라
매매수요 자극, 집값 상승 부채질




서울 마포구의 15년 된 아파트에 전세를 사는 30대 A 씨는 최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신도시에 있는 직장 근처의 전셋집을 알아보다가 이사 계획을 접었다. 전세 매물을 구하기도 어려운 데다 30평형대 아파트 호가가 10억 원 안팎에 달해 오히려 현 전셋집보다 3억 원가량 비쌌다. 그는 “경기라 서울보다 여유 있게 이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강남 전셋값 못지않게 비쌌다”며 “마포 전셋집 계약을 연장하고 당분간은 장거리 통근을 감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7월 30일 임대차 2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요구권) 시행 이후 매물 품귀 현상이 심화되며 비(非)강남권에서도 10억 원이 넘는 아파트 전세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학군과 교통 등 이유로 고가 전세 수요가 몰리는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에 이어 마포 용산구 등지와 경기마저 ‘전세 10억 원 시대’가 도래하는 것으로 보인다.

1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임대차 2법이 시행된 이후 3개월(8∼10월) 동안 서울 강남 3구를 제외한 서울 경기 지역에서 체결된 10억 원 이상 전세 거래는 총 272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전셋값이 처음으로 10억 원을 넘어 역대 최고 가격으로 실거래된 경우가 총 27건(21개 단지)이었다. 현재 국토부가 공개하는 전월세 통계는 세입자가 동사무소 등에서 받은 확정일자를 바탕으로 집계된다.

서울에서는 용산구 4곳, 마포 동작 영등포 강동구가 각각 2곳, 서대문 광진구가 각각 1곳 등 총 7개 자치구에서 최초 10억 원 이상 전세 거래가 잇달아 등장했다.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1단지 전용 85m²는 지난달 25일 10억 원에 거래되며 ‘전세 10억 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이 아파트는 같은 달 9일 9억5000만 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진 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신고가 기록을 갈아 치웠다. 서울 광진구 광장현대홈타운11차 전용 85m²는 역시 8월 11일 10억 원에 신고가 거래된 데 이어 9월 1일엔 1억 원이 오른 11억 원에 전세 거래가 체결됐다.

고가 전세 거래는 서울과 접근성이 좋은 경기 일부 지역에서도 나오고 있다. 올해 8월부터 10월까지 10억 원 이상 전세 거래 사례 중 6개 단지 11건의 거래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와 광명시에서 연이어 나왔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현마을6단지 전용 85m²는 지난달 8일엔 10억8000만 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9월 25일 처음으로 10억 원에 전세 거래된 뒤, 또다시 10억 원 이상의 역대 최고가가 나온 셈이다. 경기 광명시 e편한세상센트레빌 전용 123.7m² 역시 8월 3일 처음으로 10억 원에 거래됐다.

전문가들은 전세시장 불안은 결국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가 이르면 18일 전세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수요가 많은 도심지에 충분한 공급이 이뤄지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높은 전셋값은 매매 수요를 자극해 도심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값을 다시 밀어 올리는 등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