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짬뽕의 처지도 비빔밥과 닮았다. 열이면 열, 짬뽕이라고 하는데 사전은 초마면(炒碼麵)과 짬뽕을 같은 말로 올려놓았다. 이것도 짬뽕을 초마면으로 고쳐 사용하라고 우기다 한발 물러선 것이다. 짬뽕의 뿌리는 초마면일지 모르지만 100여 년의 세월을 거치며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중국집에서 초마면 달라고 하면? 그야말로 ‘웃기는 짬뽕’이 된다.
비빔밥, 짬뽕과 달리 출세가도를 달리는 먹거리가 있다. ‘짬밥’이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한자어 ‘잔반(殘飯)’을 누르고 세력을 넓혀 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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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반은 빨리 발음하면 ‘잠반’이 되는데 이유 없이 첫소리를 된소리로 발음하면서 ‘짬반’이 된다. ‘짬’은 한자가 아니니 ‘반’과 어울리지 않아선지, ‘반’은 ‘밥’으로 바뀐다. ‘짬밥’이 되고 나니 왠지 사잇소리가 들어가야 할 것 같아 발음이 ‘짬빱’으로 바뀐다(한성우 ‘우리 음식의 언어’).
이처럼 군대에서 만들어진 말, 짬밥은 어느덧 군대 밖으로까지 확대됐다. 짬밥을 많이 먹었다는 건 군대 생활을 오래했다는 뜻. 거기에서 계급이 높고 경험이 많다, 더 나아가 ‘연륜’을 이르는 말로 확대되었다.
다시 골동반 얘기로 돌아가자. 한 친구의 말이 기막혔다. “비빔밥보다 왠지 골동반이라고 하니까 훨씬 맛있는 것 같다.” 다들 웃었지만, 같은 뜻의 고유어와 한자어가 있을 때 한자어를 대접하는 것은 음식도 마찬가지인 듯싶어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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