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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진 느는데… 민노총, 전국 13개 시도서 동시다발 집회

입력 | 2020-11-14 03:00:00

주말 ‘쪼개기 집회’ 강행



김재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비대위원장. 2020.10.28/뉴스1


“정부의 방역 지침보다 강화된 자체 지침으로 (집회를) 진행하겠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서울 영등포구 등 전국 13개 시도 지역에서 14일 오후에 예정된 이른바 쪼개기 집회의 진행 방향을 13일 오전 공지하며 이렇게 밝혔다.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등 여권 핵심 인사와 방역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우려를 이유로 민노총 중심의 전국노동자대회·전국민중대회 개최 자제를 촉구했지만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은 것이다. 경찰은 광복절 당시 광화문 집회처럼 집회 장소 주변을 차벽을 설치해 차단하지는 않되 방역수칙을 어기면 즉시 강제 해산 등 강경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 경찰, 광복절 집회 같은 돌발 상황 대비

14일 신고된 서울시내 집회는 모두 146곳이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민노총 등 24개 진보 성향 단체가 신고한 집회는 61개 장소에서 31건이다. 이 중 영등포구가 집회 금지 구역으로 정한 국회의사당역 근처 1건(3개 장소)만 경찰이 집회 금지 통고를 했다. 각 집회의 신고 인원은 최소 50명에서 최대 99명이다. 서울시가 지난달 12일부터 100인 미만 집회는 방역수칙 준수를 조건으로 허용한 점을 고려한 것이다. 보수 성향의 16개 단체도 같은 날 서울 종로구와 서초구 등 85개 장소에서 47건의 집회를 신고했다. 경찰은 이 가운데 방역 지침에 어긋나게 신고한 20건(46개 장소)의 집회를 불허했다.

경찰과 서울시, 방역당국 등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신고한 집회 참가 인원보다 현장 참가 인원이 크게 늘어나는 경우다. 민노총 등의 집회 신고는 국회가 위치한 여의도를 중심으로 19개 장소에 몰려 있다. 여의도공원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건물 등 1km 거리 안에 다수의 집회가 같은 시간대에 열릴 예정이다. 보수단체들이 신고한 집회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과 서초역 출구 등 300m 거리 안에 집중돼 있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집회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집회 장소 주변에 펜스와 폴리스라인을 설치해 참가 인원을 100인 미만으로 통제할 예정이다. 13일 오후 종로구 전태일다리에서 열린 ‘비정규직 생존권 보장’ 집회에서도 행진에 합류하려는 인파가 200여 명이었지만 경찰은 100여 명의 진입을 막고 참가자가 99명이 넘지 않도록 했다. 14일 국회 주변에선 100명 이상이 모일 경우 차벽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는 직원 50여 명을 각 집회 현장에 파견해 명부 작성,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 준수 여부를 단속하기로 했다. 여의대로, 서초대로 등 집회가 열리는 주요 시내 도로는 통제된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13일 전국 지휘관 회의를 열어 “서울시내에서 집회가 신고된 인원을 초과하는 등 방역수칙을 위반할 경우 해산 절차를 진행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 부산 581명, 전북은 400명 참가 집회 허용

지방에선 수백 명이 참여하는 집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부산에선 900명의 집회 인원이 신고됐지만 연제구청이 581명 이하만 허용하기로 했다. 전북 전주시에선 민주당 전북도당 앞에서 400명이 참여하는 집회가 신고됐다. 지자체별로 집회 허용 인원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방역당국과 여권도 민노총 등의 주말 집회에 비판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13일 브리핑에서 “집회 주최 측과 참가자 모두에게 재고 또는 최소화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서 “주말 집회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면 주최 측이 모든 책임을 져야한다”면서 “지자체 등은 불법 집회가 이뤄지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민구 warum@donga.com·김하경·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