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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부분파업에… 한국GM “부평공장 2140억 신규투자 보류”

입력 | 2020-11-07 03:00:00

잇단 생산차질에 강경 맞대응
勞, 임단협 교착에 4시간씩 파업
9, 10일도 예고… 1만2000대 차질
하반기 내수-수출 회복세에 찬물




한국GM이 약속한 1억9000만 달러(약 2140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을 보류하기로 했다. 노동조합의 부분파업 등으로 생산 차질이 이어지자 사측이 강경 기조로 맞선 것이다. 노사 갈등이 장기화하면 경영난에 시달리는 한국GM이 최악의 경우 철수까지 고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GM은 6일 “차세대 글로벌 신제품 생산을 위해 예정돼 있던 부평공장 투자와 관련한 비용 집행을 보류하고 재검토할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앞서 한국GM은 모기업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2023년 출시를 목표로 한 신차를 인천 부평공장에서 생산하기 위해 1억90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GM의 결정은 유동성 위기 극복 방안인 동시에 노조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풀이된다. 한국GM은 이미 올해 상반기(1∼6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의 타격을 받아 6만 대 이상의 생산 손실이 발생한 상황이다. 6년 연속 적자로 누적 영업손실이 3조1318억 원에 이른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 과정에서 2년 주기 임금교섭, 성과급 700만 원 등을 내용으로 한 사측의 최종안을 거부하고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 성과급 약 2000만 원 지급 등의 요구를 고수하고 있다.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노조는 지난달부터 잔업 및 특근을 거부한 데 이어 지난달 30일부터는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한국GM은 이에 따른 생산 차질만 7000대 이상으로 추산한다. 노조가 6일에 이어 9, 10일에도 4시간씩의 부분파업을 예고하면서 생산 차질은 1만2000대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생산 차질로 올해 한국과 미국에서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레일블레이저’ 판매 호조에 힘입어 7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던 한국GM의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한국GM의 10월 내수, 수출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5%, 2.4% 증가하는 등 하반기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노조의 쟁의행위에 따른 생산 차질이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국GM의 투자 동결과 재검토가 결국 부평공장 포기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GM이 경영난 속에서도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았던 건 지속적으로 부평공장에서 신차를 만들고, 고용을 지키겠다는 의미로 읽혔기 때문이다. 노조는 사측의 이번 방침에 별다른 반응 없이 기존 입장을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의 2대 주주인 KDB산업은행과 부품 협력사들은 ‘공멸’을 우려하고 있다. 산은은 6일 “현재 한국GM은 경영정상화 기반 마련을 위해 매우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노사 갈등과 생산 차질로 경영정상화 추진이 지연되고 있는 점에 대해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산은은 2018년 한국GM의 군산공장 철수와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약 7억5000만 달러(당시 기준 약 8100억 원)를 출자 방식으로 부담한 바 있다. 한국GM 협력업체들의 모임인 ‘협신회’도 지난달 28일 “지속적인 생산과 납품이 있어야 협력사들이 생존하는데 생산 차질이 장기화되면 부도에 직면할 수 있다”며 “생산 중단만큼은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속 주주, 노동자, 경영자 등의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소집단 이기주의에 의한 단기 이익 극대화보다는 중장기 기업 생존을 통한 전체 이익 극대화를 위한 양보와 협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