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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도 학교처럼… 악기 연주하고 텃밭도 가꿔요”

입력 | 2020-10-22 03:00:00

[원격수업에 강한 우리 학교]<상> 부산 경일중-강원 사내초
원격수업 지각생 문자로 관리
화상 플랫폼 이용해 토론-발표
개별 악기 연습도 온라인 진행




강원 화천군 사내초 교사들은 학생들이 원격수업을 통해서도 학교생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했다. 사진은 이 학교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마스크와 거리 두기의 중요성을 알려주기 위해 어벤저스 복장을 하고 찍은 영상. 강원 화천군 사내초 제공

올해 전국 초중고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처음으로 ‘원격수업’을 해야 했다. 준비할 겨를도 없이 온라인 공간에서 낯선 플랫폼을 통해 학생을 가르치게 된 교사들은 당황스러웠다. 부실한 원격수업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성토도 이어졌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교사들이 똘똘 뭉쳐 원격수업 플랫폼 활용도를 높이고 다양한 수업 방식을 시도한 학교들이 있다. 학교를 온라인 공간으로 그대로 옮겨 학생들이 ‘코로나19 때문에 못 하는 게 많다’는 상실감을 느끼지 않도록 열성을 쏟았다.


○ 전 과목 실시간 쌍방향으로… 지각하면 바로 문자


부산 강서구 경일중은 온라인 개학을 한 4월부터 100%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했다. 학생들은 집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조례부터 시작해 학교 시간표대로 수업을 듣고 종례까지 한다. 자칫 흐트러질까봐 체육복을 입도록 원칙을 정했다. 실시간 수업이라 출석 체크가 바로바로 이뤄지는 만큼 학생들은 6, 7교시까지 빠짐없이 수업을 챙겨 듣는다. 올해 자녀를 다른 중학교에서 경일중으로 전학시킨 학부모들은 “이전 학교에서는 아이를 컴퓨터 앞에 앉히는 것부터 출석, 과제까지 일일이 부모가 신경 써야 하는데 여긴 알아서 관리가 되니 좋다”고 말한다.

경일중의 모든 교사가 처음부터 ‘줌(Zoom)’ 같은 플랫폼에 익숙했던 건 아니었다. 안수경 교장은 “나도 줌이 뭔지 몰랐는데 교사들에게 쓰라고 강요할 수 없었다”며 “교사들이 개학 전부터 거의 재택근무를 하지 않고 학교에 나와 열심히 배웠다”고 말했다. 외부 강사를 데려와 플랫폼 사용법 연수를 받고, 젊은 교사가 연차 높은 교사에게 가르쳐주기도 했다. 교사들끼리 학생 입장에서 원격수업을 체험해보며 끊임없이 방식을 개선했다.

학생이 교실에 있건 없건 수업은 동일했다. 교사들은 카메라를 칠판에 비추며 수업했고, 다양한 플랫폼으로 소그룹 토론과 발표를 하고, 그때그때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줬다. 6월부터는 방과후 활동인 오케스트라까지 원격을 가미해 시작했다. 합주는 어렵지만 개별 연습은 가능했다. 플루트나 클라리넷은 줌으로 가르치고, 집에서 연주하기 어려운 트롬본이나 트럼펫은 학생 한 명당 한 교실을 줘 연습하게 했다.

경일중은 출결도 꼼꼼하게 관리했다. 원격수업에 지각하는 학생에게는 ‘출석하지 않았다. 수업 시작 뒤 15분 내에 출석하지 않으면 결과 처리 된다’는 문자를 보냈다. 교사가 실시간 수업 중인 만큼 메신저로 다른 교직원에게 지각 학생 명단을 전달하면 담당 교직원이 일괄 문자를 발송했다. 간혹 인터넷 접속 불량 등으로 원격수업에 참여하지 못한 학생에게는 교사가 학습 자료를 별도로 주고 과제로 출결을 확인했다. 코로나19 증상으로 수업을 못 들은 학생에게는 같은 진도의 다른 반 원격수업에 참여하게 했다.


○ 온라인으로 텃밭 가꾸고 축제까지

강원 화천군 사내초는 원격수업을 하면서도 학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 ‘전인교육’을 놓치지 않았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감정 상태와 생활 습관을 확인하고, 학교 구성원들이 원활하게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하려면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하루 종일 스마트기기만 붙잡고 있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해 클래스팅, 위두랑, 밴드 등을 통해 과제를 주고 스스로 활동하게도 했다.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 이미 만들어진 EBS나 유튜브 영상을 주로 활용하던 것과는 달랐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원격수업으로도 동일한 학교생활을 한다고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다. 먼저 유튜브에 ‘사내 TV’ 채널을 만들었다. 온라인 입학식에서는 교사들이 해금, 피리를 연주하고 밴드 공연을 했다. 등교수업을 재개하기 전에는 교사들이 어벤저스 의상을 입고 방역수칙을 재미있게 가르쳐줬다. 5월에는 온라인 텃밭도 가꿨다. 매년 학교 텃밭에 전교생이 상추와 고구마 등을 심는데, 올해는 교사들이 작물을 심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여줬다. 수확은 최근 등교를 재개한 아이들이 직접 했다.

사내초는 다음 달 5일 온라인 축제도 열 예정이다. 이를 위해 리코더 연주를 34시간 연습했는데, 이 중 22시간을 원격수업으로 했다. 최근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거리 두기를 지키며 리코더를 연주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학교는 이런 식으로 축제용 영상을 찍고 편집해 온라인으로 함께 즐길 예정이다. 이 학교 서기성 교사는 “처음엔 올해 축제를 할 수 없다고 보고 화천군에서 지원받은 예산 반납까지 고려했다”며 “하지만 지레 포기하기보다는 할 수 있는 만큼 해보는 게 교육 방침과 맞아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예나 yena@donga.com·김성규 인턴기자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