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2년 8월 11일
플래시백
‘…안국동 고무신 장사 이명근은 2일 하오 11시부터 3일 새벽 사이에 문을 열고 자다가 고무신 80켤레, 시가 70원어치를 잃어버렸다더라.’‘김병도는 지난달 그믐 대전 축출 상점에서 주인의 심부름이라고 속이고 고무신 2원짜리 한 켤레와 각종 물건 수십 원어치를 사취했던 바…’
1920년대 초 동아일보에 실린 기사들입니다. 신문엔 이밖에도 고무신 절도사건이 종종 등장했죠. ‘고무경제화’, ‘호모화’로도 불렸던 고무신이 얼마나 인기 있는 ‘잇템’이었는지 보여줍니다.
1922년 9월 16일자 동아일보 1면에 게재된 대륙고무의 고무신 광고. ‘이왕전하(순종)의 어용하심에 황공하고 감격스러울 뿐 아니라 각 궁가에서도 사용하심을 받들며…’라는 문구로 왕가에서 애용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고무신 업계의 대기업이었던 대륙고무는 군소 업체들이 유사한 상표를 써 ‘짝퉁’을 만들어 판매할 정도로 인기였다. 사진은 1929년 12월 동아일보에 실린 경화상점 등 4개 업체의 합동 사죄광고.
나중에 중앙상공으로 개명한 경성직뉴는 뒤늦게 고무신 제조에 뛰어들었지만 품질을 앞세운 고가 전략으로 선두주자를 따라잡았다. 1923년 4월 6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별표 고무화 광고의 상표 아래 ‘반 개년 보증’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별표 고무신으로 업계의 강자가 된 경성직뉴는 1925년 ‘강철은 부서질지언정 별표 고무는 찢어지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카피의 광고를 내놓고, 보급용 브랜드인 부채표 고무신도 새로 선보였다. 4월 2일자 동아일보에 게재된 광고.
일제강점기 한 고무신 공장에서 일하는 젊은 여공들. 당시 고무신은 최고의 유행 아이템이었지만, 대부분의 여공들은 열악한 노동조건 아래서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에 시달렸다.
1931년 5월 평양의 평원고무는 임금삭감에 항의하며 파업한 노동자들을 전원 해고하고 새 직공을 뽑는 강경책으로 맞서 물의를 빚었다. 이 공장 여공 강주룡은 을밀대 지붕 위에서 고공농성을 하며 고용주의 전횡을 고발하기도 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원문
朝鮮(조선) 鞋商(혜상)을 威脅(위협)하는
시내에서 실직자가 오백여 명
요사이 경성에 류행하는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은 뎨일 만히 눈에 띄이는 것은 부랑자의 자동차 노리와 담배가 가 한 구석에 진렬하야 노흔 소위 『고무』 경제화이다. 부랑자의 자동차 노리는 조선 사람 운뎐수의 시간대로나 그 소비액의 몃 분의 일을 어더먹을 수가 잇지만은, 『고무』신이라는 것은 한 켜레를 사면 한 켜레 갑의 금전이 다른 사회로 돌돌 말녀 드러가는 것은 지금 다시 새삼스럽게 말할 것도 업거니와
작년 이래로 『고무』신이 엇지 잘 팔니는지 경성은 물론이요 디방 벽촌에서 국다란 집신을 신든 사람까지 필경은 물넝물넝한 『고무』신을 신게 되야 집석이를 삼어 파러서 한 푼 두 푼식 부시쌈지 속에 똘똘 말어너헛든 귀한 돈으로도 서울 가는 편이나 장꾼에 부탁하야 『고무』신을 사다가 신고 십흔 것은 무슨 리유인가.
적어도 『고무』신 한 켜레를 사려면 집신 네 켜레나 또는 다섯 켜레를 삼지 아니하면 아니되며, 결국 그 돈은 호박씨를 까서 한 입에 넛는 세음으로 모다 『고무』신 만드는 회사의 재산이 되야버린다.
작년 이래로 경성에서만 팔닌 『고무』신이 팔십만 팔천 켜레인대 그 중 일본에서 수입한 것이 칠십만 켜레요, 경성에서 제조한 것이 십만 팔천 켜레에 달하고, 대구(大邱·대구) 부산(釜山·부산) 기타 각 도회디에서 팔니인 것이 부지기수이라 한다.
원래 외국 물건을 전수이 배척하기는 어려운 일이나 『고무』신이 그와 가치 만히 팔니기 까닭에 경성에 잇는 조선 신을 제조하든 직공들은 점점 일거리가 업게 되야 요사이는 시내의 신 짓는 직공 오백여 명이 직업을 일어바리어 생활을 하야갈 방도가 업다 하며, 그 뿐만 아니라 미투리 집석이 장사까지 세월이 업서 생애를 하야 갈 수 업다 한다.
경긔도 관내에 조선 신을 제조하는 직공의 호수가 작년 십이월 현재 일백오십오 호요, 경성 시내에만 팔십오 호, 작년에 제조한 조선 신 통계가 칠십삼만구천칠백오십삼 켜레요, 그 가액이 일백오십일만사천팔백삼십륙원이며, 작년부터 금년 륙월까지 팔닌 『고무』신의 가격은 오십팔만사천사백원에 달하얏스나 『고무』신의 류행으로 말하면 작년 가을 이후부터 심하야 금년 봄과 여름에는 더욱 심하얏슨 즉 물론 지금부터는 전긔 통계보다 더 놀낼 만한 거액에 달할 것은 물론이다.
그 뿐만 아니라 금년에는 전긔와 가치 다수히 팔닌 까닭에 작년까지 경성에는 룡산원뎡(龍山元山·용산원산)에 일본 사람이 경영하는 『고무』신 제조소가 한 곳뿐이엇는대, 금년에는 새로 여섯 곳의 제조소가 설치되야 그 중 엇더한 회사에서는 금년 안으로 약 일백이십만 켜레를 제조할 터이라 하며, 기타 다른 여섯 회사에서도 아모리 적게 제조하야도 사십이만오천 켜레는 제조할 터이라 한즉 통계 일백륙십이만오천 켜레가 경성에서 산출할 터이오, 또 일본에서 드러오는 것이 역시 그와 가튼 수효가 들어올 터인 즉 적어도 삼백만 켜레는 될 것이다.
조선의 인구가 이천만이라 하면 어린 아해와 기타 신발을 만히 사용치 아니하는 사람의 수효가 반은 될 터인대, 이와 가튼 통계로 보면 거의 조선 사람의 반은 『고무』신을 신게 되면 조선 안에서 산출하는 조선 신과 집신과 미투리는 거의 신을 사람이 업게 될 터인 죽 방금 경성에서 업을 일은 오백 명의 직공은 고사하고 전 조선에 업을 일흔 사람이 몃 만이나 될는지 실로 칭량키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고무』신의 세력은 일본에서는 임이 위생에 적당치 못하다는 평판이 류행하야 젼과 갓치 사용치 아니하는 까닭에 『고무』신을 제조하든 회사들은 전문으로 조선으로 수출할 고무신을 제조한다 하나, 경성에서는 요사이 『고무』신이 전과 가치 팔리지 아니하며 디방 사람들이 만히 사갈 뿐이라 한다. 그러나 디방 사람들도 집신을 파라서 『고무』신을 사는 것이 과연 어느 때까지 류행 될는지 모르겟다더라.
현대문
조선 신발 상인을 위협하는
근래 유행인 ‘고무’ 경제화
시내에서 실직자가 500여 명
요사이 경성에 유행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제일 많이 눈에 띄는 것은 유한계급의 자동차 놀이와 담배 집 한 구석에 진열해놓은 이른바 ‘고무’ 경제화다. 유한계급의 자동차 놀이는 조선인 운전수의 시간대로나 그 소비액의 몇 분의 1을 얻어먹을 수 있지만, 고무신이라는 것은 한 켤레를 사면 한 켤레 값의 돈이 다른 사회로 돌돌 말려 들어가는 것은 지금 다시 새삼스럽게 말할 것도 없거니와
작년 이래 고무신이 어찌나 잘 팔리는지 경성은 물론 지방 벽촌에서도 굵다란 짚신을 신던 사람까지 마침내 물렁물렁한 고무신을 신게 돼 짚신을 삼아 팔아서 한 푼 두 푼씩 부시쌈지에 똘똘 말아 넣었던 귀한 돈으로도 서울 가는 편이나 장꾼에게 부탁해 고무신을 사다 신고 싶은 것은 무슨 이유인가.
적어도 고무신 한 켤레를 사려면 짚신 네 켤레, 다섯 켤레를 삼지 않으면 안 되며, 결국 그 돈은 호박씨를 까 한입에 넣는 셈으로 모두 고무신 만드는 회사의 재산이 되어버린다.
작년 이래로 경성에서만 팔린 고무신이 80만8000켤레인데 그 가운데 일본에서 수입한 것이 70만 켤레요, 경성에서 제조한 것이 10만8000켤레에 이르고, 대구 부산 기타 각 도회지에서 팔린 것도 부지기수라 한다.
원래 외국 물건을 모두 배척하기는 어려운 일이나 고무신이 그와 같이 많이 팔리는 까닭에 경성에 있는 조선 신 제조 직공들은 점점 일거리가 없게 돼 요사이는 시내에 신을 만드는 직공 500여 명이 직업을 잃어버려 생활을 해나갈 방도가 없다 하며, 그 뿐 아니라 미투리 짚신 장사치까지 지낼 형편이 없어 삶을 꾸려갈 수 없다 한다.
경기도 관내에 조선 신을 만드는 직공의 호수가 작년 12월 현재 155호요, 경성 시내에만 85호, 작년에 제조한 조선 신 통계가 73만9753켤레요, 그 가액이 151만4836원이며, 작년부터 금년 6월까지 팔린 고무신 가격은 58만4400원에 달했으나 고무신의 유행으로 말하자면 작년 가을 이후부터 심해져 금년 봄과 여름에는 더욱 심해졌으니 물론 지금부터는 앞에 쓴 통계보다 더 놀랄 만한 거액에 이를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뿐 아니라 금년에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많이 팔린 까닭에 작년까지 경성에는 용산 원정에 일본 사람이 경영하는 고무신 제조소가 한 곳 뿐이었는데, 금년에는 새로 6곳의 제조소가 들어서 그 중 어떤 회사에서는 금년 내로 42만5000켤레는 제조할 것이라 하니 총 162만5000켤레가 경성에서 만들어질 터이고, 또 일본에서 들어오는 것 역시 그와 같은 수가 들어올 것인 즉 적어도 300만 켤레는 될 것이다.
조선의 인구가 2000만이라 하면 어린이와 기타 신발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 사람의 수가 반은 될 터인데, 이 같은 통계로 보면 거의 조선 사람의 절반은 고무신을 신게 되고 조선 안에서 만드는 조선 신과 짚신과 미투리는 거의 신을 사람이 없게 될 것이니 지금 경성에서 일자리를 잃은 500명의 직공은 고사하고 전 조선에 일을 잃은 사람이 몇 만 명이나 될지 실로 헤아리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고무신의 위세는 일본에서는 이미 위생에 좋지 못하다는 평판이 널리 퍼져 전과 같이 사용하지 않는 까닭에 고무신을 제조하던 회사들은 전문적으로 조선에 수출할 고무신을 제조한다 하지만, 경성에선 요사이 고무신이 전과 같이 팔리지 않으며 지방 사람들이 많이 사 갈 뿐이라 한다. 그러나 지방 사람들도 짚신을 팔아 고무신을 사는 것이 과연 언제까지 유행이 될지 모르겠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