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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재정준칙, 꼼수 아냐…예외조항 쉽게 작동 안 해”

입력 | 2020-10-06 15:34:00

세종정부청사서 기자들과 만나 '맹탕 준칙' 비판에 직접 해명
"예외조항, 국민 동의-전문가 제안-국회 협의 엄격 조건 필요"
"2025년부터 적용해도 지금부터 관리해야…뒤로 미룬 것 아냐"
"5년마다 산식 바꾸는 게 왜 문제인가…준칙 강화 방식도 가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한국형 재정준칙에 예외조항을 둬 일시적으로 준칙상 한도를 초과할 수 있도록 한 데 대해 “행정부가 생각해 필요하다고 하면 (예외조항을) 동원하는 식으로는 할 수 없다”며 “국민에 약속했고 그 기준이 엄격히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전날 발표한 한국형 재정준칙에 대해 ‘고무줄’, ‘맹탕’ 등 비판적인 보도가 나오자 직접 해명에 나선 것이다.

기재부가 내놓은 재정준칙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60%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 적자 비율 3% 등 두 가지 조건을 조합해 상호 보완적으로 설계됐다. 국가채무비율을 60%로 나눈 값과 통합재정수지 비율을 -3%로 나눈 값을 곱해 1.0을 넘지 않도록 했다. 쉽게 말해 한 지표가 많이 악화돼 한도를 넘어서더라도 다른 한쪽 지표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식으로 준칙을 지킬 수 있다는 의미다.

홍 부총리는 기준이 지나치게 느슨하다는 지적에 대해 “지금 우리 상황에 적어도 5~7년 정도는 이 준칙이 적합하다”며 “재정당국의 꼼수가 있다고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반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네 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면서 급속히 악화된 현재 국가채무비율과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 수준을 감안한다면 느슨하다고 볼 수 없다는 얘기다.

홍 부총리는 경제위기나 심각한 재난이 발생할 경우 이 준칙을 한시적으로 면제할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둔 데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행정부가 대충 면제하는 식으로 쉽게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이 동의하고 전문가가 제안하고 국회와 협의될 수 있는 엄격한 일정 조건을 갖춘 심각한 재난과 위기 시 당해연도에 한해 준칙을 면제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통상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경기침체나 재정이 필요할 때 준칙 때문에 그런 재정 역할의 타이밍을 놓칠까봐 이런 항목을 만들어 놓자는 의미”라며 “정부 뜻대로 휙휙 사용할 순 없다”고도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관리재정수지가 아닌 통합재정수지를 기준으로 삼은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제외한 수치로 통합재정수지보다 적자 비율이 높다. 정부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지표를 취사선택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관리재정수지는 우리 내부적으로 만든 수치”라며 “국제사회에서 이 개념을 모른다”고 했다. 그는 또 “통합재정수지가 옛날처럼 쉽게 플러스(+)로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재정상황이 좋아지고 사회보장성 기금 상황이 좋아져서 플러스로 간다면 재정준칙을 5년마다 검토할 때 조정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재정준칙의 도입 시점이 2025년(회계연도 기준)부터라 준수 의무를 사실상 다음 정부로 미뤘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홍 부총리는 “이미 통합재정수지 비율이 -4.4%에 가 있어 산식으로 보면 (한도보다) 30%가 초과돼 있는 상황”이라며 “2022년, 2023년도 이 준칙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2025년부터 재정준칙을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그 전부터 지표를 한도 내로 끌어내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재정준칙의 산식을 5년마다 재검토할 수 있도록 한 데 대해선 “(한도를) 보다 허용하는 범위로 적용될 수도 있고 강화하는 범위로 될 수도 있다”며 “통합재정수지 비율이 -2%로 내려간다면 산식을 바꿔야 하는 게 아니냐”고 했다. 이어 “합리적으로 리뷰(review)하느냐의 문제이지 ‘왜 5년마다 리뷰하도록 했느냐’고 하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