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 News1 박세연 기자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의 국회 발언을 비판했다가 역풍을 맞자 태도를 바꿨다.
박 의원은 전날 여당의 부동산 정책 강행을 비판한 윤 의원을 겨냥해 날을 세웠다가 외려 ‘지역감정을 유발했다’ 등의 비판을 받자 “윤 의원이 세종시 아파트 처분한 거 높이 평가한다”고 태도를 바꿨다.
“‘이상한 억양’ 없이 조리 있게 말을 하는 건 그쪽에서 귀한 사례”
박 의원은 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임대차 3법’을 비판한 윤 의원을 비난했다. “(윤 의원이) 평생 임차인인 것처럼 이미지를 가공했다”는 것이다.그러면서 “(윤 의원이) ‘4년 뒤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로 바뀔 것’이라고 걱정했는데, 임대인들이 그리 쉽게 거액의 전세금을 돌려주고 월세로 바꿀 수 있을까”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윤 의원이) 눈을 부라리지 않고 ‘이상한 억양’ 없이 조리 있게 말을 하는 건 그쪽(통합당)에서 귀한 사례”라고도 했다.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국회(임시회) 제7차 본회의에서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2020.7.3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이상한 억양? 특정 지역 폄하” “다주택 소유자가 할 비난 아냐”
일각에선 이 같은 박 의원의 발언을 비판했다. ‘이상한 억양’이라는 표현은 지역감정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주택 소유자인 박 의원이 할 비난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통합당 황규환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박 의원이) 말씀한 ‘이상한 억양’이 무엇인지 명확히 하라”며 “특정 지역을 폄하하는 듯 들린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저희 당 윤희숙 의원이 너무 뼈를 때리는 연설을 했나 보다”라며 “박 선배 답지 않은 논평을 하신다. 정치권에서 논리가 부족할 때, 가장 쉽게 쓰는 공격기술이 ‘메신저를 때려서 메시지에 물타기’ 인데, 그런 기술을 박 선배가 쓰는 건 좀 아니지 않나. 더군다나, ‘임대인’ ‘오리지널’ ‘가공’ 이런 공격적인 단어까지 쓰면서 말이다. 물론, 그 쪽 분들이 자주 즐겨 쓰는 기술”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많은 전문가들이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밀어붙인 ‘주택임대차 보호법’의 부작용을 지적하면서, ‘전세가 월세로 대거 전환되어 국민들의 주거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점을 가장 걱정하고 있지 않느냐”며 “부정만 하지 마시라. 윤희숙 의원이 그 문제를 너무도 차분하게 그리고 진정성을 담아 미사어구 없이 연설을 하다 보니, 국민들이 크게 공감하는 것 아닐까”라고 되물었다.
아울러 “정치권에 몸담지 않았던, 초선의원의 진정성 담긴 첫 연설을 여야를 떠나, 선배 의원으로서 격려해 주는 모습이 박범계 다운 모습이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특히, 집권당으로서 법안의 일방 강행 통과로 빚어질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야당의 걱정을 경청하는 모습이 그래도 박 선배로부터 시작되길 바라본다”고 당부했다.
“특정 지역 사투리를 빗댄 표현 아냐” “더 크게 성장하길”
지역감정을 유발했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특정 지역 사투리를 빗댄 표현이 아니다”며 “정부 여당을 공격할 때 쓰는 격앙된 톤을 지적한 것인데 메시지와 관련 없고 적절치 않은 듯 해 지웠다”고 적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