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만화 ‘카프카와 함께 빵을’
최근 번역 출간된 ‘카프카와 함께 빵을’(에프·사진)은 오래전 그 재기 넘치던 만화들의 기억을 희미하게 되살려주는 만화책이다. 출판계 현실의 모순을 직시한 유머가 무기력한 패배감의 기색 없이 깔끔한 웃음을 선사한다.
저자 톰 골드(44)는 영국 왕립예술학교(RCA) 출신의 만화가 겸 일러스트레이터로 일간지 가디언, 미국 뉴욕타임스, 주간지 뉴요커에 만평을 발표해왔다. 인쇄매체에 게재된 작품을 모은 이 책으로 2018년 미국 만화상인 아이스너 어워드(유머 부문)를 수상했다.
칼과 도끼, 불 뿜는 용이 난무하는 정체불명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 캐릭터들을 모아놓고 “자, 여기서 일부는 3부 마지막 권까지 살아남겠지만 TV판으로 각색될 때 ‘너무 문학적’이라는 이유로 제거될 거예요”라고 고지하거나, ‘원작을 능가한다’는 호평을 받은 영화의 원작 소설책이 슬픔에 빠진 모습을 의인화해 묘사하는 식이다.
출판시장을 중심으로 문화산업 전반의 모순을 해학적으로 짚어낸 만화 ‘카프카와 함께 빵을’. 에프 제공
인쇄 과정에서의 실수인지 그림 윤곽선이 번져 찍힌 페이지가 적잖이 눈에 띈다. 2쇄가 나온다면 보정돼야 할 실수로 보인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