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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는 친한 친구, 오르간은 신기한 친구”

입력 | 2020-06-25 03:00:00

조재혁 내달 13일 ‘양수겸장’ 공연
1부에선 베토벤 피아노 작품 연주
2부는 바흐-韓작곡가 오르간곡 연주




오르가니스트 겸 피아니스트 조재혁이 24일 서울 강남구 복합문화공간 오드포트에서 열린 공개시연회에서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D단조를 연주하고 있다. 클래식앤 제공

“피아노가 친한 친구라면 오르간은 지금도 ‘신기한’ 친구죠.”

피아니스트라는 이름으로 친숙한 연주가 조재혁(49)이 피아노와 오르간을 아우르는 양수겸장(兩手兼將) 무대를 연다.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다음 달 13일 오후 8시에 여는 ‘조재혁 피아노 & 오르간 리사이틀’이다. 1부에서는 베토벤의 피아노 작품을, 2부에서는 바흐와 리스트, 한국 작곡가들의 오르간 곡을 연주한다.

이번 무대는 그의 오르간 음반 ‘바흐 리스트 위도르’가 국내에 발매된 것을 맞아 기획했다. 음반은 1849년 제작된 프랑스 파리 마들렌 성당의 오르간을 연주해 녹음했다. 대작곡가 생상스 포레 등이 전속 연주자를 맡기도 했던, 유서 깊은 악기다.

“문화재와 같은 오르간이라 외국인에게는 연주를 잘 허용하지 않아요. 프랑스 음반사 ‘에비당스’가 녹음을 제안하면서 이 악기의 사용 허가를 받았다고 해서 흥분했죠. 오래된 성당의 공간이 훌륭한 음향을 빚어내는 곳입니다.”

음반에 실은 김택수 ‘파도’와 리스트 ‘B-A-C-H 주제에 의한 환상곡과 푸가’는 이번 리사이틀에서도 연주한다. 음반의 바흐 ‘토카타와 푸가 D단조’는 리사이틀에서 바흐 ‘파사칼리아와 푸가 C단조’로 대신한다. 그는 “우울한 사람이 많은 시기여서 더 위로를 줄 수 있다고 생각되는 곡을 택했다”고 말했다.

창작곡 ‘파도’는 분산화음이 바다의 움직임을 나타내며 고조되는 가운데 대금 연주를 연상시키는 민요 선율이 또렷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 프로그램 마지막은 피아니스트 박종훈(51)이 작곡한 ‘샹송 샹젤리제에 의한 오르간 패러프레이즈’로 화려하게 닫는다. 공연 전반부 피아노 무대에서는 올해 탄생 250주년을 맞은 베토벤의 ‘안단테 파보리’와 피아노소나타 4번을 연주한다.

조재혁은 피아노를 공부하던 초등학생 때 음악 교과서에 실린 세종문화회관의 파이프오르간 사진만 보고 그 장려함에 매료됐다. 고교생 때 미국 유학을 떠나 맨해튼음대 예비학교에서 부전공으로 오르간을 택했다.

“처음엔 피아노의 ‘때리는’ 특성을 잊고 같은 음량으로 소리가 유지되는 오르간에 적응하느라 애먹었죠. 지금은 악기에 따라 자동으로 모드가 바뀝니다.”

리사이틀 무대인 롯데콘서트홀에는 오스트리아 ‘리거’사의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돼 있다. 그는 “스톱(音栓·각각의 음색을 정하는 스위치)마다 성격이 뚜렷하고 모으면 시원한 소리가 나는, 스케일이 큰 악기”라며 “더운 여름을 시원한 오르간 음향으로 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연주자가 그렇듯이 그도 올 상반기는 무대 없이 보냈다. 그 대신 풍성한 음반 소식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한스 그라프가 지휘하는 러시아 내셔널 오케스트라와 녹음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 3번 음반이 에비당스 레이블로 하반기에 나온다. 쇼팽 피아노곡 녹음도 발매를 준비하고 있고, 8월에는 그라프가 지휘하는 로열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모차르트 협주곡 21, 24번을 녹음할 계획이다. 2만∼7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