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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버터, 아보카도[스스무의 오 나의 키친]〈76〉

입력 | 2020-06-22 03:00:00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오늘 먹을까? 아니, 하루만 더 기다릴까? 식탁 위에 올려 두고 최상의 상태에서 언제라도 먹을 태세를 갖추고 지켜봐야 하는 식재료가 아보카도다. 한 손에 들고 엄지로 가만히 눌러 봤을 때 안의 과육이 약간 뭉그러진 느낌이 드는 게 잘 숙성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이 숙성되거나 덜 숙성되어도 버터처럼 부드러우면서 고소한 특유의 맛을 느끼지 못한다. 전문가들도 쉽지 않은 재료다. 3개 중 하나 정도쯤은 버릴 각오를 하기에 한 개 가격으로만 계산되지 않는 고급 식재료다.

아보카도는 ‘숲에서 얻은 버터’라고도 표현하며 기네스북에 가장 영양이 많은 식재료로 올라 있다.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 20%, 다양한 종류의 비타민과 미네랄, 섬유질, 특히 과일에서는 거의 없는 비타민E를 함유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영양사들이 슈퍼푸드라고 부르는 것이다. 멕시코 중부가 원산지이고 1만 년의 역사를 지녔다. 아즈텍인들은 미식과 정력을 주는 음식, 사랑으로 연결돼 임신을 가능하게 하는 신비의 과일이라 믿었다. 그들은 ‘아후아카틀’이라 부른다. 즉 남성의 고환 같은 의미다. 정복자들은 남미가 주산지인 다른 식재료들과는 달리 종교적인 이유로 오랫동안 알리지 않았다. 먹는 법도 잘 알려지지 않아 1970년대 내가 영국에서 일할 때만 해도 딱딱한 초록 과육을 그대로 썰어 메인 요리와 곁들였던 기억이 있다. 약 500종류가 있지만 푸에르테, 베이컨, 그웬, 하스 종으로 구분된다. 상대적으로 씨가 커서 과육 부분이 얇은 푸에르테는 하스의 보급량이 늘어나면서 거의 없어져가고 있고 전 세계에 유통되는 아보카도의 85%가 하스다. 한국의 마트에서도 흔히 보는 종이다. 루돌프 하스의 이름을 딴 것으로, 그는 세계 최초로 식물에 발명특허를 낸 인물이다. 농사꾼들은 특허 받은 하스 종을 구매한 후 접목 방식으로 나무 수를 늘려갔다. 이런 방식이 가능하기에 쉽게 종 보존이 가능하고 전 세계로 퍼져 나갈 수 있게 되었지만 불쌍한 발명가 하스는 특허 대가로 5000달러 정도를 벌었다고 전해진다.

마치 바나나처럼 적당한 크기로 자란 딱딱하고 초록색의 아보카도를 수확한 후 1, 2주 정도 실온에서 후숙 과정을 거친다. 껍질이 검게 변하고 껍질 속의 과육 상태를 감으로 잘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후숙 기간을 좀 늘리려면 냉장고를 이용하고 줄이기 위해서는 키위나 사과, 바나나를 봉지에 같이 넣어 숙성하면 된다. 아보카도를 이용해 만드는 가장 유명한 요리는 과카몰레다. 아보카도를 으깬 것으로 사이드디시로 먹거나 소스 또는 샌드위치를 만들 때 버터 대용, 캘리포니아롤 등 다양한 용도로 빛을 발한다. 캘리포니아 아보카도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슈퍼볼이 진행되는 동안 하루 6300만 kg의 과카몰레가 소진된다. 요즘엔 중국에서의 아보카도 수요도 매년 대폭 늘어나고 있다. 중국인이 먹기 시작하면 남아날 것이 없다는 말에 나도 깜짝 놀라고 있다.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