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위기]커지는 외교-안보라인 교체 요구
국회 국방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은 18일 외교·안보라인 교체론과 관련해 “분위기 쇄신 측면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도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향한 문 대통령의 의지를 정부가 제대로 뒷받침하고 있었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며 “우리 정부가 경계해야 할 것은 안일함”이라고 지적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이미 사의를 표명한 상황에서 여당의 이런 반응은 현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정 실장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한 청와대 참모는 “정 실장 본인도 언제든 물러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일단 지금 상황을 수습하는 게 우선이라는 기류가 강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무력 도발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최고조로 치닫는 갈등 수위를 조금이라도 낮춰 놓은 뒤 안보실장을 교체해도 늦지 않다는 의미다. 여당에서는 이미 후임 통일부 장관에 대한 하마평이 나오고 있지만, 청와대에선 아직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이르면 19일 김 장관의 사표를 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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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에서는 북한이 특사 제안을 거절한 것을 두고 “향후 정 실장이나 서 원장이 앞장서서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은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물밑에서 남북 화해 국면을 이끌고 미국과도 원만하게 소통해 온 서 원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뢰는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원장은 2012년 문 대통령의 첫 대선 출마 때부터 함께한 외교·안보 분야의 핵심 측근이다.
이에 대해 여권 핵심 관계자는 “서 원장이 문 대통령 취임 후 3년 동안 많은 일을 해왔지만, 앞으로 남은 2년의 남북 관계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펼쳐질 수 있어 문 대통령이 여러 경우의 수를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전날 열렸던 남북 관계 원로들과의 오찬에서도 “외교·안보라인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말이 나왔지만 문 대통령은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이날 “인사와 관련된 부분은 최종 결정되면 그때 공식적으로 발표를 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인사를 놓고 고심하는 건 안보실장과 달리 국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는 이유도 있다.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국회 정보위원회,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등 인사청문회를 진행해야 할 상임위는 출범조차 하지 못했다. 서 원장이 안보실장으로 옮기고, 이후 문 대통령이 새 국정원장을 지명한다 해도 취임까지 상당한 업무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런 심각한 국면에서 인보실장도 중요하지만 국정원장을 비워둘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했다.
정 실장, 서 원장과 함께 2017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거취 역시 관심사다. 외교부 내에서는 “강 장관이 문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외교·안보라인 개편 폭에 따라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