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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속 한국문학 지켜낸 ‘탄생 100주년 문인’을 기리다

입력 | 2020-06-09 03:00:00

18일 ‘문학인 기념문학제’ 개최
곽하신 김상옥 등 11인 조명




100년 전 태어나 한국 문학 개척과 부흥에 힘쓴 문인들을 위한 문학제가 열린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은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이상국)와 공동으로 올해 탄생 100년이 되는 문인 11명을 기리는 ‘2020년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를 18일 연다고 밝혔다. 대상 문인은 곽하신 김상옥 김준성 김태길 김형석 안병욱 이동주 이범선 조연현 조지훈 한하운이다.

방현석 기획위원장(소설가·중앙대 교수)은 “각급 학교의 한글 사용이 금지된 일제강점기 말 작품 활동으로 한글을 ‘사수’하고 광복 이후 한국 문학의 개척과 재건에 역동적인 역할을 한 분들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생존자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유일하다.

문학제 주제는 ‘인간 탐구, 전통과 실존을 가로질러’다. 이 11인은 식민지와 광복, 6·25전쟁이라는 격동기를 거치면서도 이념이라는 거대담론에 매몰되지 않고 민족 정서와 한국적 서정의 전통을 천착했고, 참화를 겪은 뒤에도 다양한 의미의 실존적 고민을 문학으로 풀어냈다는 것이다.

시 ‘승무’의 조지훈, ‘강강술래’의 이동주, 시조 ‘백자부’의 김상옥 등이 전통이라는 창으로 인간을 바라봤다면, 모더니즘 계열 소설 ‘오발탄’으로 충격을 던진 이범선과 1960년대 문학이 채우지 못한 욕망을 수필로 충족시킨 김태길 김형석 안병욱 등은 6·25전쟁 이후 무너진 우리의 정신세계를 어루만지며 일으켜 세웠다.

193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여성성을 강조한 소설을 쓴 곽하신, 한센병을 앓는 자신의 처지를 시로 승화시킨 한하운 등은 소수자에 대한 관심을 선도적으로 드러냈다. 김준성은 기업그룹을 설립한 경제인이면서도 소설 작업을 멈추지 않았고, 평론가 조연현은 전후의 황폐함 속에서 문학이 품은 삶의 내면을 탐색했다.

문학제 당일인 18일에는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에서 이들 문인에 대한 심포지엄이 열리며 19일에는 서울 마포구 경의선 책거리에서 20, 30대 시인들이 11인의 작품을 낭독하는 ‘문학의 밤―100년 동안의 낭독’이 이어진다. 유튜브로 생중계되는 심포지엄은 사전 신청자 30명만 현장에서 참관할 수 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