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회사에 출근해서 일한 시간만큼 월급을 받는 일본형 기업문화가 바뀌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재택근무가 권장되면서 기업들이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고용하고 성과 중심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화장품 업체 시세이도는 내년 1월부터 약 8000명의 사무직 직원의 평가 기준을 근무시간 대신 직무중심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명확하게 기술된 직무 내용을 사원들에게 제시하고, 그 직무를 얼마나 잘 수행했는지를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회사에 출근하지 않더라도 성과를 쉽게 측정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지금까지 시세이도는 종신고용을 전제로 신입사원을 뽑아 여러 부서에 전환 배치했다. 임금은 회사에 출근해 근무하는 노동시간을 기본으로 했다. 하지만 사무실 출근 인원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회사 방침에 따라 미국과 유럽에서 일반화 된 직무중심으로 바꾸게 됐다.
히타치제작소는 이미 약 2만3000명 직원을 직무중심 평가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NTT그룹도 성과연동 평가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
아예 재택근무를 전제로 사원을 채용하는 회사도 있다. 스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시프트는 재택근무를 하는 정사원 엔지니어를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시프트 측은 니혼게이자이에 “출근 장소를 정하지 않는 방법을 통해 폭넓게 우수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렌터카 서비스 업체인 GMO페파보는 이달부터 약 330명 직원 전원을 원칙적으로 재택근무를 하도록 하고, 일본 국내 어디에 살든 상관없이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재택근무를 지원하기 위한 수당을 새로 만들기도 한다. 유리 제조업체인 AGC는 재택근무에 필요한 인터넷 서비스 등 비용을 연간 최대 12만 엔까지 보조하기로 했다. 인터넷 상거래업체인 메루카리는 사원들에게 출퇴근 교통비 지급을 없애는 대신 재택근무에 필요한 경비를 6개월에 6만 엔 한도에서 보조해 주기로 했다.
일본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더 활성화하기 위해선 노동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현행 노동법은 눈에 보이는 업무 시간을 기준으로 야근수당을 계산하게 돼 있다.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려면 야근수당 지급 방식이 현실성 있게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