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서울 중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주위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2020.5.26 © News1
광고 로드중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인 이용수 할머니(92)가 2차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피해자 인권 운동’의 방향 전환을 재차 촉구하면서 수요집회 방식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불가피하게 됐다.
1차 기자회견에서 “수요집회는 (참여) 학생들에게 증오와 상처만 가르친다, 없애야 한다”고 폐지를 촉구했던 이 할머니는 2차 회견에서 “데모(시위) 방식을 바꾸고 한국과 일본의 학생들이 서로 왕래하면서 제대로 된 역사를 알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며 기존 방식의 집회를 폐지해야 한다고 재차 요구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위안부 운동의 방향성에 대한 이 할머니의 지적에 공감하면서도 수요집회는 이어가야 할 사회적 유산이라고 입을 모았다. 수요집회 폐지가 아닌 발전적 방향을 논해야 한다는 의미다. 부실 회계 의혹 등에 휩싸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해체’ 주장 역시 현 단계에서 공감대가 넓혀지지는 않는 모습이다.
광고 로드중
◇“증오와 상처만 가르치는 수요집회는 오해”
<뉴스1>이 취재한 한일관계 전문가들은 대체로 ‘수요집회’에 대한 이 할머니의 폐지 주장에 대해서는 크게 공감하지 않았다. 한일 국민의 화합과 역사교육을 강조한 ‘위안부’ 운동에 대한 할머니의 지적에는 동의했지만 정의연 등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단체들의 활동에 성과가 있었다고 점을 강조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수요집회가 증오와 상처만 가르쳤다’는 이 할머니의 발언에 대해 “수요집회를 비롯한 정의연의 활동이 일본에 대한 증오심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식으로 들리기도 하는데, 이 부분은 약간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의연은 일본 전체를 적으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위안부 문제를 전쟁범죄로 절대 인정하지 않는 일본 정부와 일본 극우파를 비판해 왔다”고 짚었다.
현대일본학회 회장 등을 지낸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도 “국민들이 모두 애국하는 마음으로 성금을 내고 수요집회에도 참석했다”며 시민들이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소원하며 수요집회에 참여해 왔음을 강조했다.
광고 로드중
다만 한일 국민 교류와 역사교육을 강조한 이 할머니의 주장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했다.
이 할머니는 25일 2차 기자회견에서 “한일 청년들이 교류와 역사 교육을 통해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이를 통해 일본 정부에 사죄와 배상을 촉구해야 한다”며 ‘위안부’ 운동의 방향성을 제기한 바 있다.
호사카 교수는 “이 할머니가 말한 내용은 당연히 목표로 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일본 국민과 시민단체 중에는 ‘위안부’ 문제를 전쟁범죄로 정확하게 보고 있는 분들이 꽤 있다. 이런 부분들을 부각해 함께 가르친다면 더 성숙한 ‘위안부’ 교육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박 교수 역시 “한일 학생들의 교류와 역사교육 강화를 줄곧 주장해 왔다”며 “지리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가까운 한일 양국의 관계 악화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광고 로드중
◇“정의연, 위안부 운동 확장 역할…반성·개선해야”
전문가들은 ‘정의연을 해체해야 한다’는 이 할머니의 주장에 대해서는 크게 공감하지 않았다. 시민운동으로 ‘위안부’ 운동을 발전시켰던 정의연의 활동이 의미가 있고, 계속 지켜갈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정대협과 정의연의 운동은 ‘위안부’ 운동을 시민이 중심이 된 여성인권운동으로 확장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위안부’ 문제를 전시 여성 인권의 문제로 부각하고, 여성인권증진운동으로 논의의 폭을 넓혀갔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시민의 응원을 ‘위안부’ 운동의 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라도 정의연이 제기되는 의혹들을 고치고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영준 교수는 “정의연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 시민단체로 역할하면서 국민들이 ‘당연히 잘하고 있겠지’란 마음을 갖고 지지해온 것”이라며 “‘위안부’ 문제 해결의 목적이 할머니들의 피해 사실을 정확하게 밝혀내고, 바람직한 한일관계 만들어내고, 생존하신 할머니들이 편안히 여생을 보내는 것이라 한다면 과연 정의연이 그걸 제대로 해왔는가에 대한 반성이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 보수단체가 오는 6월24일부터 종로구 수송동 ‘평화의 소녀상’ 앞 수요집회 자리에 집회 신고를 선점해 수요집회가 이어질 수 없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정의연이 아닌) 다른 단체가 신고를 먼저 한 것은 맞지만 두 단체가 근처에서 함께 집회를 열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의연은 27일 전국여성연대와 함께 제1441차 수요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서울=뉴스1)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