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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샷-찰진 입담… 순식간에 2000만달러 모였다

입력 | 2020-05-26 03:00:00

우즈-매닝 vs 미컬슨-브레이디
화제 뿌린 ‘챔피언스 포 채리티’
코로나 성금 목표액 2배 달성
승부는 우즈가 2년전 패배 설욕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5·미국)가 25일 미국 플로리다주 메달리스트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자선 골프 이벤트 대회 ‘더 매치: 챔피언스 포 채리티’에서 드라이버 샷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PGA투어 트위터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5)와 라이벌 필 미컬슨(50·이상 미국). 두 선수의 맞대결만으로도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했다. 그런데 미국인들이 가장 열광하는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의 살아 있는 전설들인 페이턴 매닝(44)과 톰 브레이디(43)가 이 대결에 합류했다.

25일 미국 플로리다주 메달리스트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더 매치: 챔피언스 포 채리티(The Match: Champions for Charity)’는 한 편의 쇼를 보는 듯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자선 경기로 열린 이번 대결은 1000만 달러의 기금을 모아 코로나19 극복에 사용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흥미진진한 경기 전개와 출전 선수들의 입담까지 더해져 목표액의 두 배인 2000만 달러(약 249억 원)의 성금이 모였다. 경기 중계를 지켜보던 팬들의 온라인 성금이 쏟아졌기 때문.

이날 우즈-매닝 조는 미컬슨-브레이디 조를 1홀 차로 이겼다. 경기 후 우즈는 “심각한 피해를 입은 이들을 위해 이렇게 큰돈을 모을 수 있는 건 멋진 일이다. 마땅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2018년 1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둘의 첫 이벤트 대회 맞대결에서 우즈는 연장 접전 끝에 미컬슨에게 패했다. 하지만 자신의 집과 가까운 곳에서 열린 이번 대결에서 우즈는 설욕에 성공했다.

‘더 매치: 챔피언스 포 채리티’에 출전한 4명의 선수가 코로나19 기금으로 모인 2000만 달러(약 249억 원)짜리 수표 모양의 패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필 미컬슨, 톰 브레이디, 페이턴 매닝, 타이거 우즈. 사진 출처 타이거 우즈 트위터

샷 대결 못지않게 재미있었던 건 둘의 입담 대결이었다. 티샷부터 퍼팅까지 한 개의 클럽으로만 플레이한 5번홀(파4)에서 우즈는 4번 아이언으로 3온에 성공했다. 그러자 세 번째 샷을 하기 전 미컬슨은 우즈에게 그린 위에 떨어진 공 자리에 마크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우즈는 “US오픈 메달로 마크해줄까”라고 물었다. 미컬슨이 4대 메이저대회 중 US오픈에서만 우승하지 못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이에 미컬슨은 “나도 (준우승으로 받은) 은메달은 여러 개 있다”고 응수했다. 미컬슨은 US오픈에서 준우승만 6차례 차지했다. 우즈는 “미컬슨의 공이 내 공을 맞히기만 해도 이 홀을 내주겠다”고 농담도 했다. 그런데 6번 아이언으로 친 미컬슨의 샷은 불과 수십 cm 차이로 우즈의 공을 살짝 빗나갔다.

승부를 가른 것은 ‘전설의 쿼터백’ 대결이었다. 우즈과 짝을 이룬 매닝은 4번홀(파3)과 6번홀(파4)에서 버디를 기록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우즈 조는 포볼(각자의 공으로 경기해 더 좋은 스코어를 해당 홀의 팀 점수로 기록하는 것) 방식으로 치러진 전반 9개 홀에서 3홀을 앞섰다.

브레이디는 7번홀(파5)에서 약 100야드를 남기고 친 4번째 샷이 그대로 홀에 들어갔다. 하지만 홀에서 공을 꺼내려다가 바지 엉덩이 부분이 찢어지는 일이 생겼다. 그는 “스윙할 때 회전이 많았던 것 같다”며 웃었다.

미컬슨-브레이디 조는 각자 티샷을 한 뒤 더 좋은 위치에 떨어진 공을 택해 두 명이 번갈아 샷을 하는 방식으로 치러진 후반 9개 홀에서 2홀을 따라붙었다. 특히 11번홀(파4)에서 미컬슨이 티샷을 그린 뒤쪽 프린지까지 보내자, 브레이디가 이를 이글 퍼트로 연결시켰다.

이날 네 선수는 ‘거리 두기’를 위해 모두 각자 카트를 운전했고, 경기 후에는 주먹 인사를 나눴다. 바지 호주머니에 무선 마이크를 차고 중계진과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11번홀에서 이글을 기록한 미컬슨과 브레이디는 하이파이브 대신 허공에서 서로 손을 맞댔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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