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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최초 영리기업 유동성 지원… 투기등급 회사채도 사들이기로

입력 | 2020-05-21 03:00:00

정부, 회사채 매입 10조 SPV 설립




정부와 한국은행이 기업 자금난 완화를 위해 투기등급 회사채도 사주기로 했다. 계획대로라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우량채 위주로 운용되던 회사채 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이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저신용등급 포함 회사채·CP 매입기구(SPV) 설립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비우량 회사채·기업어음(CP)을 사들이는 10조 원 규모의 특수목적법인(SPV)을 이르면 6월 말부터 6개월간 한시적으로 가동한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진 이른바 ‘추락천사(fallen angel)’ 회사채도 매입한다. 필요한 경우 총재원을 20조 원까지 늘릴 예정이다.

SPV는 KDB산업은행이 세우며 재원은 산은 출자 1조 원(10%), 산은 후순위 대출 1조 원(10%), 한은 선순위 대출 8조 원(80%)으로 조성된다. 한국은행이 일반 영리기업에 대해 유동성 지원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산은 역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기존에 대규모 지출을 하고 있는 만큼 이번 추가 지원을 위해 정부가 3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산은에 1조 원을 출자해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앞서 출범한 채권시장안정펀드가 우량 회사채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이번 SPV의 매입 대상은 만기 3년 이내 회사채(신용등급 AA∼BB), CP·단기사채(A1∼A3등급)다. 우량 회사채(신용등급 AAA∼AA)와 비우량 회사채(A∼BBB)를 주로 매입하되, 투기등급인 BB등급이라 하더라도 코로나19 충격으로 갑자기 신용등급이 하락한 ‘추락 천사’ 채권은 매입할 방침이다.

매입 대상 회사채의 범위를 넓혔지만 이자보상비율이 2년 연속 100% 이하인 기업은 매입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 대비 차입금 이자를 보여주는 지표로 100% 이하는 영업으로 번 돈으로 대출이자를 갚지 못한다는 것을 말한다.

회사채 매입금리는 시장금리에 일정 수준의 가산수수료를 더한 수준으로 정할 방침이다. 정부는 쏠림현상을 막기 위해 동일 기업군과 기업에 대한 매입한도를 SPV 전체 지원액의 각각 3%, 2%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당초 정부는 한은이 산은에 대출해주면, 산은이 그 돈을 SPV에 대출해주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결국 한은이 SPV를 직접 지원하는 방향으로 최종안이 설계됐다. 이는 한은법 제80조에 따른 것으로, 한은은 금융기관의 신용공여가 크게 위축되는 등 자금 조달에 중대한 애로가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성이 큰 경우 금융통화위원 4명 이상의 찬성으로 영리기업에 대출해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중앙은행인 한은의 리스크를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은 “20%(산은 출자 및 대출액)라는 버퍼가 충분할 것으로 본다”며 “중앙은행에 위험이 전이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