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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총체적 낙제점 받고 막 내린 20대 국회

입력 | 2020-05-21 00:00:00


여야는 어제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어 코로나19 대응 관련법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안 등 쟁점이 없는 법안 100여 건을 처리했다. 20대 국회 임기는 29일까지 남아 있지만 더 이상 의사일정이 없어 사실상 20대 국회는 막을 내린 셈이다.

20대 국회는 ‘숙의(熟議) 정치’의 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특히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국회는 여야 격돌의 주전장이 돼버렸다. 공직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의 신속처리 안건 협상 과정에서 제1야당은 철저히 배제되고 여야 간 몸싸움으로 볼썽사나운 막장 드라마가 펼쳐졌다. 역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 처리가 불문율이었던 선거법까지 범여권 ‘4+1’ 협의체에 의해 일방 처리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여야 간 협상의 정치는 실종됐고, ‘수(數)의 정치’만 득세한 4년이었다.

여야가 국민의 목소리엔 귀를 막고 정파적 이익에 매몰되다 보니 법안처리 실적도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총 2만4081건으로 법안 처리율은 4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무더기 발의한 법안도 있었지만 법안 처리율이 민주화 이후 가장 낮았던 19대 국회(41.7%)보다 떨어졌으니 역대 최악의 국회로 기록될 만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행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국회의 핵심적인 기능이 사실상 형해화됐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장관급 인사는 23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인사청문회는 삼권분립 원칙을 제도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국회에 부여된 엄중한 권한인데도 있으나 마나 한 요식 행위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국회의 무기력엔 청와대의 독주를 여당이 앞장서 거드는 행태가 반복된 탓도 있다. 국회가 정권의 독주를 방임하면 ‘견제와 균형’이라는 자유민주국가의 운영 원칙이 무너지는 것이다.

30일 출범하는 21대 국회는 본연의 입법부 기능부터 회복해야 한다. 청와대와 국회는 적절한 긴장관계로 움직여야 국정의 일방 독주를 막을 수 있다. 국회 운영도 마찬가지다. 야당이 사사건건 법안 처리의 발목을 잡는 것도 문제지만, 거여(巨與)가 177석의 의석수를 앞세워 법안 처리 속도전에만 집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협치가 절실한 이유다. 21대 국회는 20대 국회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