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요양병원·요양시설에서 오매불망 자식들 보기만을 기다리는 어르신이 많다. 6일부터 생활방역 체제로 전환됐음에도 고위험군인 어르신과 기저질환자가 밀집한 생활을 하는 요양병원·요양시설은 아직 외부인에게 문을 열지 않았다. 방역당국은 “올해는 면회를 자제하고 영상통화로 안부를 살피는 게 좋겠다”고 권고하고 있다. 자식들은 속이 타들어간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요양병원·요양시설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다수 발생했고, 고령일수록 치명률이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면회를 허용하기가 조심스럽다. 최 할머니 역시 요양시설 내 집단감염으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일부 시설은 유리벽을 사이에 두거나, 야외에 비닐 천막을 설치해 면회를 하도록 한다. 동영상을 찍어 가족들에게 보내주거나 어버이날 당일 예약시간을 정해두고 화상통화를 연결해 주는 곳도 있다.
▷엄격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던 지난달 주말, 옆집 노부부 댁에 마스크를 쓰고 장갑을 낀 아들이 ‘딩동’ 벨을 누르고는 장바구니를 내려놓고 발길을 돌리는 모습을 봤다. 버선발로 뛰어나온 할머니는 아파트 복도 창밖을 내다보며 장성한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손을 흔들었다. 주위에선 ‘대구에 계신 부모님께 매일 새벽배송 업체를 통해 음식 재료를 배달시켰다’ ‘요구르트를 정기 배달시키고 안부를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등 코로나 효도법이 공유된다. ‘거리는 멀어도 마음은 가까이’. 어느 시대든 효도는 충분치 못하고 자식들의 가슴은 후회로 차오르기 마련인데, 코로나 시대는 효도의 법칙마저 바꿔버렸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