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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 11년만에 모두 복직… 경영난에 쌍용차 앞날은 험난

입력 | 2020-05-05 03:00:00

34명 4일 회사로 다시 출근, 12명은 연말까지 휴직뒤 복귀
한상균 “비정규직 처우문제 연대”
사실상 13분기 연속 영업적자 수렁… 마힌드라 투자 철회로 첩첩산중




출근 인사하는 쌍용차 복직자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가운데 마이크 든 사람)이 4일 오전 경기 평택시 쌍용차공장 앞에서 ‘마지막 해고 근로자’들을 대표해 출근 소감을 밝히고 있다. 한상균 전 민노총 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 등 이날 최종 복직된 해고 근로자 46명 가운데 12명은 개인 사정으로 연말까지 휴가를 냈다. 평택=뉴스1

쌍용자동차의 ‘마지막 해고 근로자’들이 11년 만에 직장으로 돌아왔다. 이로써 2009년 시작된 ‘쌍용차 사태’는 마무리됐다. 하지만 쌍용차의 앞날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극심한 불황과 누적된 영업적자로 첩첩산중에 놓여 있다.

4일 오전 경기 평택시 쌍용차 평택공장 앞에서는 쌍용차 마지막 해고 근로자들의 출근 기념행사가 열렸다. 이날 출근한 해고 근로자들은 34명. 2009년 4월 쌍용차가 경영난을 이유로 근로자 2600여 명을 정리해고하려고 하자 노조는 파업을 벌였고, 회사는 이들에게 명예퇴직, 무급휴직을 제시했으나 끝까지 거부해 해고된 165명 중 남은 인원이다. 이들 이외에 개인 사정으로 연말까지 휴직하기로 한 12명은 내년에 출근하기로 했다. 쌍용차는 정부와 노동계 등과 합의해 2013년부터 해고자들의 단계적 복직을 추진했고, 이번에 마지막 해고자들의 복직 절차를 밟은 것이다.

당초 쌍용차는 경영난 때문에 마지막 해고자들의 복직을 미루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2월 말 쌍용차 노사와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이 참여하는 노사민정 협의를 통해 5월 4일 복직을 결정했다. 쌍용차는 복직자들을 6월까지 현장훈련, 사내교육 등을 시킨 뒤 7월부터 차량 생산에 투입할 예정이다.

마지막 복직자 중에는 한상균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위원장도 포함돼 있다. 2009년 파업 당시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었던 그는 파업을 주도해 법원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기도 했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출근길에서 “다시는 한국 사회에 이런 대량해고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숙제로 남아 있다”며 “비정규직들의 처우 문제에 대해서도 침묵하지 않고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해고자 복직은 완료됐지만 쌍용차의 앞날은 험난하다. 자동차 업계가 사상 최악의 시기를 지나는 가운데 쌍용차는 최악의 영업 실적을 내고 있고 대주주마저 손을 떼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지난해 2819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 2017년 1분기(1∼3월) 이후 지난해까지 12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평택공장 가동이 반복적으로 중단됐고 해외 영업망에 큰 타격을 입어 1분기 신차 판매가 9345대에 그쳤다. 2016년 4분기 판매대수(1만6705대)의 절반 수준이다.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은 쌍용차 지원에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초 쌍용차 회생을 위해 준비하던 2300억 원 투자를 철회하고 일회성 운영 자금인 400억 원만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쌍용차의 단기차입금은 약 2540억 원, 당장 7월에 KDB산업은행에 상환해야 하는 대출금은 900억 원이다. 자동차 업계는 대주주가 사실상 두 손 들었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버티기 힘든 상태로 보고 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