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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더이상 이념문제로만 보지 말라

입력 | 2020-04-18 03:00:00

◇정치적 부족주의/에이미 추아 지음·김승진 옮김/352쪽·2만 원·부키




2016년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선출은 많은 학자에게 숙제를 안겨줬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공화당과 민주당, 보수와 진보, 백인과 유색인, 부유와 빈곤 같은 분석틀로는 답을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어떤 학자들은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담론을 다듬었고, 저자는 집단 정체성이라는 더 작은 단위의 현실에 천착했다. 그 결과물이 정치적 부족주의다.

과거에는 다양한 집단의 의사결정도 거시적 분석틀로 해석할 수 있었다. 그들의 차이를 진보는 포용이라는 실천으로, 보수는 보편이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이 심한 ‘오늘날 분노의 시대’에는 선택과 행동의 스펙트럼이 일치하는 이들끼리 똘똘 뭉치며 ‘우리 대 저들’의 관점으로 다른 사람을 틀렸다고 규정한다. 부족에서 동일시(同一視)는 알파요 오메가며, 배제는 본능이다.

지난 미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지지하던 도시·연안지역 백인 엘리트는 농촌·중서부·노동자 계급 백인의 ‘반(反)기득권 정체성’을 간과하거나 무시하면서 이들의 트럼프 지지에는 분노했다.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하지 않다는 확신이 진보주의자의 분노와 충돌하면, 엘리트 진보주의자와 그들이 도우려 하는 대상인 노동자 계급 사이에 분열이 생긴다.”

4·15총선의 의미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다만 이를 보수니 진보니, 산업화세력이니 민주화세력이니 하는 ‘한물간’ 개념으로 해석하려 든다면 곧 울분에 찬 부족 간의 거센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 빠질 것이라고 이 책은 경고한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