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7년 추수철인 9월, 주민들은 농토로 나가고 병력 다수가 농부들을 보호하기 위해 출동했다. 목책 안에는 소수의 병력만이 주둔하고 있는데, 갑자기 여진족이 습격했다. 이때 지휘관이 이순신이었다. 소수의 수비대가 결사적으로 싸워 간신히 목책을 지켜냈지만 160명의 주민이 속수무책으로 납치되었다. 진 밖에 있던 오형과 임경번이란 무관 등 11명의 병사가 주민들을 구하기 위해 여진족에게 뛰어들어 싸우다가 전사했다. 북병사였던 이일은 이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이들의 장렬한 행동을 조정에 보고했다. 그런데 제승방략이란 책에 따르면 이날 오형은 도망치다가 등에 화살을 맞고 죽었고, 임경번은 장렬하게 싸운 것이 맞다고 했다. 이일은 녹둔도 패전의 충격을 무마하기 위해 도망병까지도 영웅으로 둔갑시켰던 것일까? 아니면 극도로 혼란한 와중에 목격자들이 착오를 일으킨 것일까?
현장의 목격자들도 같은 행동이 다르게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더 심한 경우가 지금 우리 사회다.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맹목적이다. 많은 이들이 포퓰리즘의 맹위를 우려한다. 아니, 더 위험한 현상이 편향과 맹목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교육이 조장하고 지성이 편승하고, 속임수 정치는 날개를 달았다.
임용한 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