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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서 ‘제2 인생골’ 욕심 폭풍 성장 후배들 놀라워”

입력 | 2020-04-10 03:00:00

11년 만에 K리그1 복귀 이청용




프로축구 K리그1 울산의 ‘블루 드래건’ 이청용이 9일 울산 동구 울산 현대 클럽하우스에 있는 연습 구장에서 축구화 끈을 질끈 묶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K리그1 개막이 연기된 가운데 11년간의 유럽 생활을 마치고 울산에 입단한 이청용은 국내 무대 복귀전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울산=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K리그1 개막 연기가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어요.”

11년간의 유럽 생활을 마치고 K리그1으로 돌아온 ‘블루 드래건’ 이청용(32·울산)은 국내 복귀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시즌 개막이 연기된 가운데 지난달 울산에 입단한 윙어 이청용은 자체 청백전에서 좌우 측면을 오가며 최적의 포지션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9일 울산 현대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그는 “개막이 연기된 대신 충분히 팀에 적응하며 ‘울산맨’이 될 시간을 얻었다.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울산에 가족과 함께 지낼 집을 구하지 못한 그는 현재는 과거 FC서울의 동료이기도 했던 고명진(32)의 집에 함께 머무르고 있다. 이청용은 “국가대표 경기가 있을 때 잠깐 왔었던 것을 제외하고 울산에서 장기간 지내는 건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울산에 따르면 이청용은 팀 유니폼 판매 순위 1위(전체 판매량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팬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 거리에서 울산 팬들의 사인 공세에 시달린 적은 없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일상생활에도 제약이 많아 “훈련 참가 외에는 거의 밖에 나가지를 못해서”다.

K리그1 감독, 주장 등이 뽑은 ‘미리 보는 2020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이청용이지만 주위의 기대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는 “유럽에서 오래 선수 생활을 했다고 해서 국내에 오면 무조건 최고라고 할 수는 없다. 유럽에서 K리그1 경기를 많이 보지는 못했다. 지금은 새 리그에 적응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2009년 FC서울을 떠나 볼턴(잉글랜드)에 진출한 이청용은 크리스털 팰리스(잉글랜드), 보훔(독일) 등을 거친 뒤 베테랑이 돼 국내로 돌아왔다.

이청용은 후배들을 보면서 놀라움을 느낄 때가 많다고 했다. 울산에는 도쿄 올림픽 남자 축구 출전이 유력한 미드필더 이동경(23), 원두재(23)가 있다. 울산 관계자는 “이청용이 유럽을 다녀온 스타지만 후배들과 벽을 허물고 많은 대화를 나누며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청용은 “동경이는 날카로운 왼발 킥이, 두재는 끈질긴 수비가 인상적이다. 내가 그 나이 때 가졌던 능력보다 더 뛰어난 점이 많은 것 같다. 그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이 국내로 돌아와 선수 생활을 하는 데서 느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이청용은 2011년 볼턴에서 정강이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한 여파 등으로 빅클럽 진출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지네딘 지단이 뛰었던 레알 마드리드(스페인)가 가장 가고 싶은 팀이었다”고 했다. ‘레알 입성을 대신 실현해줄 후배는 누구일까’라는 질문에는 “손흥민(28·토트넘)이라면 갈 수 있다”고 답했다.

현재 유럽에 남아있는 한국 선수 중에는 이청용과 절친인 기성용(31·마요르카)이 있다. 기성용은 코로나19로 스페인 리그가 중단되면서 데뷔전 1경기만 치른 채 자택에 머물고 있다. 이청용은 “성용이가 집 앞 마트 정도만 가고 훈련도 못 하니 컨디션 유지에 애를 먹고 있다. 모두가 힘든 상황이니 현실을 받아들이자고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청용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올 시즌이 열리면 울산에서 ‘인생골’을 터뜨리고 싶다고 했다.

“울산에 15년 만의 리그 우승을 안기는 결정적인 골을 넣는다면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터뜨린 내 월드컵 첫 골(아르헨티나전) 못지않은 인생골이 될 것 같아요.”
 
울산=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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